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매월 생명평화미사 봉헌하기로 정부·대구시 보도교 건설 추진 왕버들숲 등 생태계 파괴 우려
대구대교구가 희귀 야생동물과 식물들의 서식처인 대구 팔현습지를 지키고 피조물과의 친교를 도모하기 위해 앞으로 월 1회 정기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는 1월 27일 팔현습지 왕버들숲 앞에서 각 본당 생태환경위원들과 함께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금호강 팔현습지는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다. 수성구 만촌동과 동구 방촌동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변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왕버들숲이 있다. 이곳에는 하천 침식 작용으로 이뤄진 하식애(河蝕崖) 절벽 구간이 있어, 강 건너에 아파트단지가 즐비하지만 사람들의 접근이 그리 쉽지 않다.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이자 멸종위기종 최후의 보루인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 이날도 참석자들은 하식애 절벽 한쪽 모서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모습을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미사를 주례한 임성호 신부는 대구대교구가 보내고 있는 ‘친교의 해’ 실천사항 가운데 피조물과의 친교를 언급하며 “오늘 팔현습지에서 봉헌하는 첫 미사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피조물과의 친교를 위해 어떠한 삶을 살기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라며 “이곳에 사는 수리부엉이와 얼룩새코미꾸리, 여러 철새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식별’하고, 동방박사의 여정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행동’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프란치스코) 사무처장은 팔현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곳을 함께 지킬 것을 호소했다. 정부와 대구시는 주민 편의를 위해 높이 8m, 길이 1.5㎞에 이르는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만약 보도교가 건설된다면 왕버들숲이 베어 나가고 하식애 절벽 구간이 훼손돼 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 사무처장은 “수리부엉이와 큰고니, 큰기러기 등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을 지키려면 반드시 이곳을 수호해야 한다”며 “정부는 ‘주민들이 원하면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역 여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