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인력수가·보조금 현실화 등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해야
국내 호스피스 돌봄은 1965년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시작됐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인간으로서 환자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임종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병원을 열었다.
이후 가톨릭계 종합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 운영에 동참했다. 1988년 종합병원 최초로 서울성모병원이 호스피스 병상을 신설했고, 현재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 모두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세상에서 가톨릭계 병원들은 하느님의 자녀인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헌신해 온 것이다. ▶관련기사 11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법제화 된 것은 그보다 한참 지난 2004년이다. ‘제1차 말기암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입원형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과 2017년 연명의료결정법 등을 통해 이 서비스가 입원형·가정형·자문형 등 3가지 형태로 구분됐고, 대상자가 말기환자로 확대됐다. 이때 말기환자란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질환자 중 의료진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받은 환자다. 법제화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공을 위해서는 의사 1명 이상, 간호사 1명 이상, 사회복지사 1급 1명 이상이 있어야 하고 간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 따라 총 60시간 7주에 걸쳐 ‘환자의 통증 및 증상관리’, ‘심리사회적 돌봄’ 등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해 배우고 실습해야 한다. 또한 1개 이상 상담실을 갖춰야하며 입원형과 자문형의 경우 임종실이 1개 이상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입원형은 다양한 시설지정요건과 사무실, 이동차량 구비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수익사업을 통해 이 같은 기준을 겨우 맞출 수 있지만 병상 30개 미만인 작은 병원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현직 의료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법제화 이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의원급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거나 정부의 지원 없이 자립(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법령기준을 완화하거나 정부차원의 지원을 늘려 독립형 호스피스전문기관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동백성루카호스피스병원 정극규 진료원장은 “낮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로 인해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버텨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호스피스 돌봄 확대를 위해 인력수가와 보조금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정책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로 죽음, 혹은 죽음을 앞둔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적 분위기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 진료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종교적 차원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을 독려해 인간 존엄의 중요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