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만난 빛’ 주제 3월 30일까지 28점 공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고, 다가올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를 맞아 운보 김기창 화백(베드로, 1913-2001)의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 28점을 전시하고 있다. 재의 수요일인 2월 14일에 ‘심연에서 만난 빛’이란 제목으로 시작한 이번 전시는 성 토요일인 3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는 약 2년에 걸쳐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 총 30점 가운데 ‘이집트로의 피신(마태 2,13-15)’,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요한 20,13-18)’을 제외한 28점을 매입해 올해 사순 시기를 맞아 신자와 시민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전시 제목인 ‘심연에서 만난 빛’에는 김기창 화백이 작품을 통해 침묵의 심연에서 희망의 빛을 밝혀냈듯 신자들도 빛이신 주님을 향해 다가가는 희망의 사순 시기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김 화백은 6·25전쟁 시기 전북 군산에 있는 처가로 피난을 갔다가 만난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리기 시작했다. 1952~1953년 ‘예수의 생애’ 연작 작업에 몰입해 ‘성모영보’에서 시작해 ‘그리스도의 승천’까지 총 30점을 완성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가 매입한 작품은 운보문화재단에서 ‘예수의 생애’ 원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판화 30점 연작 중 28점이다. 2월 14일 전시 첫날 ‘심연에서 만난 빛’을 관람한 유재훈(토마스·수원교구 금정본당)씨는 “김기창 화백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린 성미술 작품은 오늘 처음 보았다”며 “예수님의 일생을 표현한 작품들에서 감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화백이 듣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던 것도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