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 실천 사례’ 적극 공유해 시노달리타스에 활력 불어넣어야 경청·대화 강조했던 제1회기 변화와 쇄신 의지 발판으로 사목 현장과의 괴리감 줄이고 피드백 통한 활로 모색 중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두 번째이자 최종 회기를 10월 2~27일 개최한다고 2월 17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주교들과 함께, 투표권이 부여된 남녀 평신도들을 포함한 총 365명의 대의원들은 지난해 첫 회기에 이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긴 여정을 이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번째 회기 소집 일정을 발표한 날, 제1회기에서 제안된 다양한 주제들을 더 깊이 연구할 스터디 그룹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연구 과제와 연구진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제1회기 「종합 보고서」의 81개 항목들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유력하다. 바로 여성 부제를 포함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위치, 사제 양성, 교구와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의 구조, 교회법 개정, 교황청 기구와 시노달리타스다.
5월 15일까지 지역교회 피드백 요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제1회기를 마친 뒤 12월 11일 ‘2024년 10월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지침을 발표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침에서 제1회기 「종합 보고서」를 심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제2회기는 교회 안의 모든 수준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각 지역교회들이 어떻게 선교적인 동시에 시노드적인 면모를 갖출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른 두 가지 요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주교회의는 방법과 기간을 정해 각 교구 의견서를 취합하고 취합된 의견들을 종합해 최대 8매 분량의 문서로 작성해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각국 주교회의에서 모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제2회기 의안집이 마련된다. 둘째, 각 교구는 교구별 시노드 관련 수행 작업과 경험들에 대한 간략한 증언(최대 2매)을 작성해 주교회의에 제출하고, 주교회의는 각 교구별 증언들을 취합(분량 규정 없음)해 같은 날인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한다. 이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 역시 이상의 두 가지 자료들을 각 교구에 요청할 계획이다.시노드에 대한 실망과 희망
2021~2024년 시노드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10월 열리는 제2회기 및 이어지는 교황 문헌 발표로 시노드는 마무리되지만 이는 마침이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제2회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시노드의 분명한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고, 실망과 희망의 전망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드에 대한 회의 섞인 시선은 개막 초기에 두드러졌다. 구체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이전의 교회 회의들에 대한 실망은 이번 시노드 경청과 대화 모임 역시 실제적인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으로 나타났다. 보편교회 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시노드의 질적 변화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 즉 교회의 관습과 전통을 훼손함으로써 정통 가르침에서 어긋나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극렬한 반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노드를 통한 교회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교황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오히려 지역교회에서의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시노드 여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미진한 면도 드러났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 경청과 대화 모임, 이어진 식별의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전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김영욱(블라시오) 신부는 “주교 시노드에서 제시하는 문제의식을 따라가는데 있어서 한국교회는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노드적 교회 전망의 구현이 장기적 과제라는 점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장 정병덕(라파엘) 신부는 “경청과 상호 존중이라는 시노드 정신을 사목 현장에 구현하는 것은 짧은 시일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기가 미진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을 통해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욱 신부는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 서로에게 경청하고자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교구 단계에서의 경청과 대화의 체험이 시노드 교회의 원형을 부분적이나마 체득하게 했다는 의견이다. 제1회기 「종합 보고서」에는 시노드 여정의 다양한 성과가 제시됐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원은 “「종합 보고서」에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열린 질문들을 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 살려야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듯하지만 시노드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이들은 시노드 교회의 이상에서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시노드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이 소장은 다만 제1회기의 성찰을 지역교회 안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한 현재 피드백의 과정이 한국교회 안에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구자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 신자는 열심한 축에 속한다”며 “한국교회는 어찌 보면 시노달리타스에 냉담하고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 단계 경청 모임이 끝나면서 할 일을 다 한 듯 시노드와 관련해서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동현 연구원도 같은 맥락에서 “보편교회의 시노드와 일선 본당 및 신자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며 “제2회기가 시작되기까지 이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노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시노드의 전 과정에서 풀뿌리 하느님 백성의 의견, 특히 소외된 이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풍부하게 수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거쳐 정리된 의견들이 다시금 지역교회 하느님 백성에게 전달되고 다시금 피드백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순환 과정이 강조됐다. 따라서, 제1회기를 마치고 제2회기를 준비하는 시노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1회기의 성과인 「종합 보고서」의 제안들을 중심으로 시노드 교회의 구현을 위한 지역교회들의 실천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그 사례와 체험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가 강조하는, “지난 2년 동안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한 시노달리타스 역동성을 유지하고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박영호·박지순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