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을 되찾는 내적 여유가 생겼다고 해서 감사한 일을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자꾸만 없는 일을 지어내서라도 고민을 빨리 넘겨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그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딱 한 가지 감사한 일에서도 감사한 의미를 여럿이나 찾아낼 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책상에 새 감사 노트가 놓여 있었다.
“혼자 노트를 만들어 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서~”
옆자리 스테파노 선배님이 명동 취재 길에 사다 주신 것이었다. 출판사에서 펴낸 감사 노트로 표지는 예쁜 꽃 그림과 함께 하드커버로 제본돼 있었다. 안에는 그날그날의 성경 말씀도 적혀 있었다. 감사한 일뿐 아니라 그날 내 마음을 적어 보는 칸도 마련돼 있었다.
‘나를 생각해 주시는 선배님이 있었다’는 감사에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새 노트는 바로 그 감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노트에 그 일을 적는 순간, 다른 감사의 의미들도 마치 고구마 줄기 딸려 오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제본되어 출판된 감사 노트라 훨씬 진중해 보였고 휴대도 간편했다. 그날그날 성경 말씀을 보며 놓고만 있던 기도와 묵상에 잠겨볼 계기도 마련됐다. 또 마음을 적어 보는 칸이 주어진 새 노트가 아니었다면, 일상에 쫓겨 정작 방치한 내면을 살펴볼 일은 있었을까.
“날씨가 좋았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감사하게 다가왔다. 가령 “우산 필요 없이 차림이 간편해졌다”거나 “햇빛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거나…. 별일 아닌 것에서도 당연하지 않은 감사와 행복, 행운을 여러 개나 읽어낼 수 있는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통제할 수 없는 불안과 아픔이 또 짓눌러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무(無)에서 유(有)를 이끌어 내는 긍정의 창조력이 있다는 걸 절감한 한 주였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