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와 요행’ 바라지 말고 신앙에서 희망 찾아야 사주·타로점 등 점술·역술 행위 각종 미디어에 여과 없이 노출 타인에 의지해 미래 맡기는 것 “신자라면 반드시 지양해야”
한 남자 방송인이 새로 옮긴 사무실 터와 인연이 좋은지 타로점을 본다. 흔히 보는 타로카드가 아닌 꽃모양의 카드를 뽑으며 운세를 듣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다른 방송에서는 친구 사이인 남녀 탤런트가 야외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타로 궁합을 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올해 만나는 운명의 상대가 평소에 알던 사람”이라는 점괘는 두 사람의 미래를 암시하며 흥미요소를 더했다.
새해가 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운세 보기가 사주뿐 아니라 타로점 등의 형태로 시기에 관계 없이 미디어에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연애, 결혼, 진로 등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점술가가 전하는 그럴싸한 점괘는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오락을 즐기듯 쉽게 점을 보는 모습은 수용자의 삶에 투영되기 쉽다. 더욱이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진 실내에서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로 미래를 점치는 타로점의 등장은 점술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타로 전문 채널의 구독자는 20만 명에서 43만 명에 이른다. 또한 모바일 운세 애플리케이션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술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점술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만큼 이를 이용하는 이유도 가벼워졌다. 일자리 정보 제공기업 ‘벼룩시장구인구직’이 2019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미 삼아서’(35.2%) 운세를 본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31.7%)와 ‘중요한 결정에 앞서 도움을 받기 위해’(14.5%)가 뒤를 이었다. 신자 박주미(26·미카엘라)씨는 “가톨릭신자가 점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친구들과 만나면 종종 재미로 타로점을 보고 금세 잊어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미로 시작했더라도 점괘에 따라 마음이 동요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이 무분별한 점술·역술 행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모든 형태의 점(占)을 물리쳐야 한다”며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가 당연히 하느님 한 분께만 드려야 하는, 사랑의 경외심이 포함된 영예와 존경을 거스른 것”(2116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서울대교구 소공동체 25주년 설문에 따르면 8764명 중 76.4%에 달하는 신자가 토정비결이나 사주, 관상, 점, 타로 등 미신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혀 교리와 신자들 삶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는 “점괘가 맞든 틀리든 그 말이 마음 속에 각인돼 사소한 것도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며 “하느님을 믿고 홀로서야 하는 것이 신앙이기에 타인에게 의지해 미래를 맡기는 점술행위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혹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점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타인에게 맡기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하느님의 약속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