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최근의 일이다. 신문에 게재돼서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우리 합창단과 CPBC합창단이 세계 푸에리 칸토레스(Pueri Cantores) 합창제에 참여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비행기를 타는 것, 해외에 가는 것,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 등등 나에겐 모두 처음이어서 기대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내 기대와 걱정보다 이탈리아는 재밌고 신기했다.
처음에는 실망도 있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서 아는 것이 없던 나는 리모콘을 빼는 방법도, 기내식 식탁을 꺼내는 방법도 몰라 당황했다. 그때 정말 감사하게도 옆자리에 앉아 계신 분이 도와주셨다. 그렇게 기내식을 받고 한입 먹어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 통로 자리여서 비행기 창밖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감각은 신기했고 재밌었다. 도착한 이탈리아 공항은 한국과 많이 달랐고 짐을 챙겨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탈리아는 온통 신기한 곳뿐이었다. 한국과 달리 높은 건물이 없고 건축 양식도 달라서 그런지 어딜 찍어도 예쁜 사진이 나왔다. 합창제에 참여하기 위해 온 것이었지만 합창제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거나 시간이 남는 날은 관광을 할 수 있었다. 로마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성당이나 박물관을 가기도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림이나 건축물, 조각상들을 보며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실물의 아름다움을 보며 감탄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 친구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너무나 좋았다.
관광 중에 다른 나라의 합창단과 만나 같이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공간이었는데, 우리 합창단이 노래를 시작하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 노래를 듣고 박수치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우리 합창단은 공식 공연을 할 때, 한국어와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활용해서 공연했다. 이렇게 외국에서, 다른 나라 합창단이나 외국인들 앞에서 한국어나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활용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겪을 수 없는 경험이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무척 힘들고 피곤했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피곤도 잊고 온전히 그 순간에 몰입해서 노래를 불렀다. 합창단을 졸업하고 꽤 지났을 때라 무대 자체가 오랜만이었지만 졸업하기 전에 했던 어느 공연들보다 가장 재밌었고 집중했던 무대였다. 다음에도 국제 합창제가 열린다면 어떤 일정이 있더라도 꼭 참여하고 싶다. 처음이라 소소한 실망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좋았던 것이 더 많아 매우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