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십자고상을 걸어두고, 손가락에 묵주반지를 끼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몸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기도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며 잘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신앙인들이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나’라는 물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이가 있을까. 어쩌면 방법을 잊은 채 그저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어디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다.
저자 최종훈 신부(토마스·가톨릭목포성지 담당)는 ‘참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루카가 전하는 ‘사도행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사도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사도행전에는 사도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사도가 되었으며, 왜 그렇게 불렸는지, 누구와 함께 살고 누구를 만났는지, 예수님을 어떻게 따르고 증언하고 닮아 갔는지 담겨있다.
사도들 역시 우리처럼 삶의 여정에서 후회와 절망을 마주하고 실패와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한 걸음 더 멀리 내디뎠다. 이 책은 사도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그런 힘과 용기를 어디서 얻을 수 있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며 답을 찾아보게 한다.
저자는 1장에서 루카 사도의 두 번째 책이 사도행전인 만큼, 첫 책인 루카복음서와의 연관성을 먼저 설명한다. 2~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사도행전을 언급하며 ‘성령 강림’으로부터 내용을 풀어간다.
아는 바와 같이 사도행전은 베드로와 바오로의 활동을 대표적으로 다루지만, 주인공은 ‘성령’이다. 책에서는 성령을 통해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 탄생하여 공동체를 이룬 모습, 또 사도들이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사도 1,8)이라는 말씀에 따라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박해를 받고 첫 순교자가 된 스테파노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 대해 묵상하도록 한다. 5장 바오로와 베드로의 회개 이야기, 6장 바오로의 선교 여행 이야기는 성령께서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 주셨는지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려 하시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준다.
결론적으로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사도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면서, ‘우리는 세속의 어쩔 수 없는 제약에 묶인 평범한 인간으로 규정하고 그 기준에만 맞추어 신앙생활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한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는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예수님 말씀과 사랑은 오늘날에도 온 세상 땅끝까지 전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순교자는 예수님을 닮아 가는 사람이며 그분처럼 살아가길 갈망하는 사람이다. 하루하루의 삶을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히 살며 작은 실천을 할 때, 그 삶이 바로 증거의 삶 순교의 삶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활을 맞이하는 삶임을 잊지 말자.”(142~143쪽)
책을 통해 항상 우리에게 오시는 성령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길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