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를 앞두고 밀레니얼 세대 첫 복자로 내년 시성이 예정된 카를로 아쿠티스(Carlo Acutis, 1991~2006)의 유해가 한국교회에 전달됐다. ▶관련 기사 9면 11월 15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파리 외방 전교회 윌 콘퀘르(Will Conquer) 신부로부터 복자의 1차 유해인 머리카락 16점과 유해 증명서를 받았다.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과 신앙을 기록한 책 「A Millennial in Paradise: Carlo Acutis」의 저자이기도 한 윌 신부는 복자의 삶과 신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대교구에 유해 기증을 제안했다. 이에 교구는 서울 WYD를 염두에 두고 한국교회 전 교구에 유해가 전달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했고, 윌 신부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교회의와도 협의가 이뤄져 16점이 오게 됐다. 유해는 11월 18일 제주교구를 시작으로 전국 각 교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는 아쿠티스가 성인품을 받는 2025년 희년에 명동 WYD 조직위원회 센터 내 경당에 유해를 모셔 청년들과 신자들이 성인을 공적으로 공경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복자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수호성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날 유해 전달식에서 정순택 대주교는 인터넷을 통한 선교에 앞장섰던 복자의 삶을 밝히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도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가 되기 위해 디지털 환경을 더 복음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많이 나왔다”면서 “WYD를 준비하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복음 선포의 장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위해 많이 고민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윌 신부는 “한국을 찾아온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를 더 많이 알아가면서 생전에 복자가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의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이 될 카를로 아쿠티스는 2025년 희년에 시성될 예정인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 복자는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성인으로 2006년 불과 15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청소년이다. 성체 기적과 성모 발현을 다룬 데이터베이스와 가상 전시를 제작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가톨릭교회는 이를 통해 현대와 연결되는 새로운 성인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시성은 고인의 신앙적 삶을 검증하고 두 가지 기적을 확인하는 복잡한 과정을 요구한다. 아쿠티스의 첫 번째 기적은 2013년, 췌장 장애로 고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던 브라질 소년이 그의 중재 기도를 통해 치유된 사례다. 두 번째 기적은 2022년에 일어났다. 코스타리카의 학생이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어머니가 아쿠티스에게 기도한 뒤 회복됐다. 아쿠티스는 현대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이다. 스마트폰과 비디오 게임을 즐기며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했다. 그의 이야기는 「스니커즈를 신은 성인」, 「하느님의 컴퓨터 천재」 등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책으로 재해석되고, 이러한 콘텐츠는 젊은 세대에게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모범을 제시한다. 아쿠티스가 제작한 온라인 성체 기적 전시는 물리적 형태로도 만들어져, 유럽과 미국 교구를 순회하며 전시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디지털 세대와 전통 세대를 연결하며 신앙을 더욱 친근하게 전달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 말번에는 그와 관련된 상설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쿠티스는 생전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에 깊이 공감하며 아시시에 묻히길 희망했다. 처음에는 아시시의 묘지에 안치되었으나, 2019년 시복 과정에서 유해가 투명한 유리관 안에 옮겨졌다. 나이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으로 안치된 그의 모습은 현대성과 신앙을 결합한 상징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아시시는 아쿠티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생기를 얻고 있다. 2020년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11만7000명이 그의 무덤을 방문했고, 그의 유품과 이미지는 아시시의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그의 심장은 현대식 예배당에 안치되었고, 아쿠티스와 성 프란치스코를 중심으로 한 관광 코스가 구성되었다. 아쿠티스는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하늘의 청소년’으로, 교회는 그를 통해 현대 기술과 신앙을 결합한 새롭고 창의적인 신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교회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그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시성은 교회가 현대성과 신앙을 통합하며 젊은 세대를 위한 길을 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교회가 일본에 파견하는 선교 사제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교회의 영적 유익과 선교 활성화에 기여할 발전적인 사제 교류 방안을 모색했다. 주교들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의미와 준비 상황도 공유하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두 나라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11월 12일부터 사흘간 광주대교구에서 열렸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와 ‘한일 사제 교류의 어제와 오늘’ 주제로 전남 목포 광주대교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열린 모임에는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 등 양국 주교 39명이 참석했다. ▶관련기사 11면 주교들은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양주열(베드로) 신부의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개요와 준비 현황’ 주제 발표를 들은 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서울 WYD가 양국 교회의 청소년·청년사목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기회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일본 주교들은 서울 WYD 행사 전반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한국 사제가 파견된 일본 교구 주교의 이야기’, ‘일본에 파견된 한국 사제의 이야기’ 주제 강의를 들은 후, 더 나은 사제 교류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는 “50여 명의 한국 신부님들이 일본 전역에서 선교하신다는 사실 자체가 모임의 결실이라 생각한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제 파견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교회에 감사를 표했다. 주교들은 선교 사제의 일본 파견에 대한 한국교회 사제단의 공감대 구축, 사제 파견 전 일본문화 적응 교육과 시스템 구축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가까운 미래 한국교회의 선교 인력도 충분치 않을 것임을 대비한 지혜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26회 동안 이어온 모임의 성과를 토대로 한국과 일본 사제들의 교류 모임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주교들은 12일 광주대교구 호남동성당에서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13일에는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주례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세계교회가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픈 역사를 간직한 한일 양국의 주교들이 사목 현안과 과제를 나누는 자리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성령 안에서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상대방 입장을 잘 경청하며 두 나라 교회의 발전을 도모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맺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996년 2월 5명의 한일 주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에서 열린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로 시작됐다. 양국이 공통의 역사 인식을 계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열린 첫 만남은 이후 참가 주교가 40여 명에 이르는 모임으로 확대돼 해마다 양국을 오가며 개최되고 있다. 한일 주교들은 2022년 11월 25년간의 교류 역사와 결실을 돌아보는 기념 자료집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을 발간했으며, 2023년에는 ‘제25회 한일주교교류모임 기념 메시지’를 발표했다.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내년 11월 일본에서 개최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이어진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었다.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린 제2회기를 마치면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했다. 이어 교황은 별도로 자신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최종문서를 그대로 승인해 보편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즉각 공포했다. 3년간의 시노드 여정, 그 결실을 담은 최종문서의 자세한 내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2. 배 위에서 함께 – 관계의 전환 3.그물을 던져라 – 과정의 전환 4. 풍성한 수확 – 유대의 전환 5. “나도 너희를 보낸다” -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다 최종문서 제3부(79-108항)는 고기가 잡히지 않아 상심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희망과 길을 보여주는, 권위 있는 예수님의 명령으로 시작된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 21,5-6 참조) 시노드는 여기에서 “기도와 대화를 통해 우리는 ▲교회적 식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관심 ▲결정 사항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평가가 선교의 길을 보여주는 말씀에 응답하는 실천임을 인식했다”(79항)고 말한다. 이 세 가지 실천은 서로 깊이 연관된다. “의사결정 과정들은 교회적 식별이 필요한데, 이 식별은 신뢰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경청이 요청되고, 이는 투명성과 책임에 의해 지지된다. 신뢰는 상호적이다: 결정권을 가진 이들은 하느님 백성을 믿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하느님 백성은 권위를 지닌 이들을 신뢰해야 한다.”(80항) 시노드적 교회 촉진하려면 최대한 많은 하느님 백성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이뤄져야 여기에서 문서는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회적 식별에 바탕을 두고 투명성, 책임과 평가의 문화를 반영하는 양성이 필요하다. 이 양성은 기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신학적, 성경적, 영적 기초를 탐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은 증거, 선교, 성화 및 봉사의 측면에서 공동책임을 강조하는 이러한 양성이 필요”하고 이는 특히 “책임을 맡고 있거나 교회적 식별에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형태의 양성”이 요구된다.(80항 참조) 선교를 위한 교회적 식별(81-86) 교회적 식별은 “주님이 교회에 주시는 모든 지혜의 선물과, 성령에 의해 모든 세례자에게 부여된 신앙 감각(sensus fidei)에 근거”한다.(81항) 이 식별은 “살아있는 신앙에 뿌리내린 영적 실천”으로서 “내적 자유, 겸손, 기도, 상호 신뢰, 새로움을 향한 개방성,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을 요구한다. 모두가 각자 양심에 따라 발언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하며, 따라서 교회적 식별은 “모두의 기여를 요구하고 … 모두의 의견이 들려질수록 식별은 더 풍성해진다.” 여기에서, 식별의 출발점이자 기준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그래서 시노드는 “교회적 식별은 양심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신앙 감각을 성숙시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당신의 백성과 만나는 모든 장소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요구한다”고 일깨운다.(83항)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 ‘의사결정 과정의 구조’(87-94),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평가’(95-102), ‘공동 의사결정과 참여 기관’(103-108)은 시노드의 경험에서 나온 최종문서의 핵심적 제안 사항이다. 문서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자유롭고 풍성한 다양성 속에서 기도하고, 듣고, 분석하며, 대화하고, 식별하고, 선교를 위한 사목적 결정을 내리는 데 조언을 제공”하도록 불리웠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시노드적 교회를 촉진하는 방법은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가능한 한 많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87항)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동체의 각 구성원은 존중받아야 하고 공동 결정의 목표에 비추어 각각의 은사와 능력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89항 참조) 특별히, 권한을 가진 자들은 현행법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문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사목적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문에 참여한 이들의 말을 경청할 의무가 있으며, 자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없다. 그러므로 권위자는 자문의 결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할 수 없다.”(91항) 문서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올바르게, 시노드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하느님 백성이 참여적 방식으로 진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특히 교회법에서 제공된 제도적 수단, 특히 참여적 기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94항 참조) 투명성, 책임성과 평가 의사결정으로 식별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책임성과 평가의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95항 참조) 여기에서 ‘투명성’은 단지 ‘행정적’ 또는 ‘절차적 요구 사항’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근본적인 태도’를 지칭한다. 시노드 과정 안에서 투명성은 진리, 충실, 명확성, 정직, 일관성, 모호성이나 위선의 거부, 불순한 동기의 부재 등과 연결됐다(96항). 투명성, 책임성과 평가의 실천은 교회의 신뢰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97항 참조) 대의원회의와 사목평의회 등 지역교회 기구의 참여 장려 특히 여성과 청년·빈곤층 다양한 관점 식별 중요성 강조 이러한 실천들은 교회가 그 사명에 충실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이 부족하면 그것이 성직주의의 결과 중 하나가 된다. “성직주의는 교회 내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이나 결정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98항)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의 문화와 실천이 이뤄져야 하지만 특별히 “권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99항) 아울러 책임성과 평가의 효과적인 과정에서는 더 큰 전문성을 가진 이들, 특히 평신도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101항 참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제안이 구체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재정 위원회의 효과적인 기능 수행 ▲사목 및 재정 계획에서 하느님 백성의 실질적인 참여 ▲연례 재정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지역 교회의 사명 수행에 대한 연례 보고서 작성 및 공개 ▲교회 내 모든 사목과 역할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시노달리타스와 참여적 기구들 세례 받은 이들은 의사결정, 책임성 및 평가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교회법에 규정된 지역 교회의 참여적 기구들을 통해 이뤄진다. 라틴교회에는 교구 대의원회의, 사제 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본당 사목 평의회, 교구 및 본당 재무 평의회 등이 있다. 문서는 이들 참여적 기관들의 존재와 활동이 명목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모든 시노드 과정에서 요청된 대로 의무화되어야 하며, 다양한 지역적 맥락에 맞게 형식적이지 않고 그들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04항) 이들 참여적 기구들에는 “여성, 청년, 빈곤층 및 주변화된 사람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더 많은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106항) 이를 통해 “교회적 식별은 더 큰 개방성, 현실을 분석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상징물 전달식 한국 청년대표단이 20일 로마로 출국했다. 대표단에는 주교회의 주교회의 교구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 김종강(시몬·춘천교구장) 주교와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주교가 함께 했다. 주교회의와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주최로 진행되는 ‘WYD 상징물 전달식’은 24일 이탈리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겸 ‘제39차 세계 젊은이의 날’ 미사 말미에 진행될 예정이다. 2023년 WYD가 개최됐던 포르투갈의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에게 십자가와 성모성화를 직접 전달하며 이로써 젊은이들의 순례의 여정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 ‘구원의 특별희년’을 마치면서 희년의 상징이었던 나무십자가를 젊은이들에게 맡기며, 구원의 십자가를 온 세상에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십자가는 젊은이들에 의해 전 세계를 순례하며 희망을 전하는 WYD의 대표 상징물이 됐다. 한국 대표단은 상징물 전달식에 앞서 21일 아시시를 순례하고 23일에는 포르투갈 청년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청년들과 동행하는 교회를 구현하려면 평신도 단체 또한 중장년뿐 아니라 청년들도 함께하는 조직으로의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청년 시노드’ 개최 필요성도 개진됐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김연범 안토니오 신부, 이하 한국평단협)는 11월 16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청년에게 희망을 – 교회는 청년들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4 열린세미나를 개최했다. 가톨릭대 김남희(율리아) 교수는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에 나타난 청년 사목과 평협의 역할’ 주제 발표에서 “청년들은 자신들을 우선적 사목 대상으로 꼽고 있으며 본당 단체활동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음을 사목 백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평단협(평협)은 현재 주요 구성원이 50~60대라는 것에 대한 점검과 비판적 성찰을 통해 청년층을 아우르는 구성원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통합적 사목 관점에서 20대 이후 연령과 성비를 아우를 수 있는 광범위한 평신도 조직을 갖추고 다양한 청년들을 초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젊은이들과 신앙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에 바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세대와 세대 간 다리 역할을 하는, 신앙이 전수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2025년 희년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면서 평범한 길, 젊은이들의 일상생활 여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5월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담화문을 주목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노드 여정을 통해 교회 구성원이 젊은이를 진지하게 대면하며 목소리를 듣는 ‘청년 시노드’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교회는 열성적인 신자 그룹들과의 시노드 경청모임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그 대상만 젊은이들로 옮기고 일정을 조율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과정을 거친다면 청년들과 어떻게 만날지 몰라 두렵고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던 장년 신자 그룹도 청년사목에 동참하는 작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세미나에서는 이밖에 2027 서울 WYD 사목 기초연구팀에서 활동한 장소현(데보라) 씨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교회 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한 기초연구팀의 활동과 제안을 소개했다. 포콜라레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은솔(크레센시아), 서태원(토마스) 씨는 올해 8월 동아시아 지역 청년들과 함께한 제주 지역 ‘젠페스트’(GENFEST)를 소개하고 청년들이 주체가 돼 진행한 행사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대구대교구와 일본 나가사키대교구가 일본교회 조선인 복자 카이요(カイヨ)와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의 순교 400주년을 함께 기념했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는 11월 15일 오전 9시 일본 나가사키 26성인기념관 성필립보성당에서 두 순교자의 순교 400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했다. 이 미사는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가 공동 집전했다. 또 사단법인 한국여기회 이사장 박영일(바오로) 신부와 여기회원들, 일본교회에 파견 중인 대구대교구 남시진(스테파노) 신부 등이 미사에 함께해 양국교회 일치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여기회 순례단은 일본교회 순교 역사를 배우기 위해 11월 11일부터 이날까지 일본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미사 강론에서 나카무라 대주교는 “두 순교자와 함께 우리도 하나의 손을 맞잡고, 하나 되어 사랑하고 용서하자”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모두 하나 되어 받아들이고, 기도하며,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26성인기념관 내 두 순교자의 현양비에서 헌화 예식이 거행됐다. 이 현양비는 대구대교구와 나가사키대교구가 2016년 공동으로 세우고 축복한 바 있다. 두 교구는 서로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순교신심을 기반으로 성장한 교회라는 공통분모에서 오래전부터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복자 카이요와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는 에도 막부의 가톨릭 박해에 의해 1624년 11월 15일 나가사키에서 함께 순교했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 카이요는 예수회 선교사 모레혼 신부(Pedro Morejon)를 만나 세례를 받았고, 선교를 돕던 중 체포됐다. 농부였던 고이치 디에고는 선교사를 숨겨준 죄로 옥에 갇혔다. 같은 감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모진 고문에도 신앙으로 깊은 일치를 이뤘다. 두 사람은 화형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하느님과 성모님을 외치다가 순교했다. 복자 카이요는 1876년 7월 7일 시복됐다.
가톨릭신문(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이 20여 년 동안 몽골에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한 고(故) 김성현(스테파노) 신부의 삶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초원의 바람>이 제34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 라디오인터넷부문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11월 15일 제34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이하 매스컴대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매스컴대상 대상에는 EBS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가 선정됐다. 3부작으로 구성된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는 행복한 죽음이 행복한 삶의 마침표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매스컴대상 심사위원회는 불편할 수 있는 화두를 세상에 건넨 용기, 조심스럽게 말을 건 신중함, 이미 이런 화두가 일반화되고 있음을 알려줬다며 높이 평가했다. 라디오인터넷부문상에는 가톨릭신문사가 대전교구와 공동 제작한 <초원의 바람>이 뽑혔다. ‘몽골 선교사의 마지막 강의’를 부제로 단 다큐멘터리는 선교사인 김성현 신부의 삶을 통해 행복의 조건과 참된 행복을 전하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신문사에서 만든 영상이면서 약 6만여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미디어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한 가톨릭신문 영상팀 신동헌(다윗) 기자는 “지난해 9월 몽골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몽골교회 사목자들과 선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성현 신부의 사목 열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당시 현장에서 김성현 신부의 선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의 영성을 살아간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제가 몽골의 초원에 있었음을 잊지 않게 하고 싶었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 대전교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초원의 바람>은 가톨릭신문 유튜브(youtube.com/@KoreaCatholictimes)에서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매스컴대상 신문출판부문에는 역사소설 「불멸의 노래」(책마실 대표 이종주 이시도로)가 선정됐다. 정조대왕 전후 천주교 신앙이 뿌려지는 사건들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여백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 또 다른 가톨릭 이야기를 시작할 단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상은 배현정 원장 등 전진상의원 ‘4명의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 다큐인사이트 <언니들은 못 말려>가 받는다. 시상식은 12월 4일 오후 5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다.
전례력으로 새해가 다가오면서 가톨릭신문을 비롯한 교계 출판사에서 출시한 다이어리와 달력이 다양하다. 신앙과 일상을 함께 기록하는 다이어리 및 2025년 희년의 해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들’을 콘셉트로 한 달력 등이 시선을 끈다. 전례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많은 신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모아온 가톨릭신문 다이어리는 이번에도 2025 전례력(다해)을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한 해의 전례력과 월정표, 주간 일정으로 구분해 매일의 시간 안에서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는 순간들을 기억하도록 했다. 주일복음은 물론 주간 일정에 매일의 독서, 복음을 표시해 두었고 일력마다 메모 공간이 있어서 복음 묵상을 기록하고 본당 활동 시 필요 사항을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급스러운 인조가죽 재질 표지에 휴대하기 좋은 130x183x20mm 크기도 장점이다. 기도문 및 성지 안내도가 게재돼 성지순례 때도 유용하다. 성지안내도는 지역으로 구분해서 실제로 성지 방문 일정과 동선을 잡는 데에 효율적이다. 가톨릭출판사는 벽걸이, 탁상, 북마크 등 세 가지 타입 달력과 탁상 메모 다이어리, 일므디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6가지 종류의 벽걸이 달력은 세계의 성당, 성화 등으로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일상에 평온함을 더하는 주제들을 담았다. 명화가 들어간 ‘유화로 만나는 하느님의 집’ 달력은 출판사 베스트셀러에서 발췌한 구절이 들어가 특별함을 준다. 탁상 메모 다이어리는 기존 A4 크기에 더해서 B5 크기를 새롭게 추가했다. 일므디 다이어리는 13개월 월간 플래너와 206쪽 프리노트로 구성됐다. 바오로딸은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매달의 희년 대상 일러스트와 기도문으로 된 탁상달력을 제작했다. 대상은 커뮤니케이션 종사자, 경찰, 자원봉사자, 장애인, 조부모, 주교와 사제, 젊은이, 이민자 등이다. 희망의 순례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이웃과 함께 연민과 공감의 여정을 걸어가자는 취지다. 노정원(헬레나) 씨의 일러스트가 따뜻하다. 매년 발행되는 ‘주님과 함께’ 탁상달력은 교회 전례력을 따른 성경 구절과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일러스트로 구성됐다. 매일 미사 안에서 봉독 되는 말씀 중 한 구절을 넣었기에, 전례력을 따른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도록 도와준다. ‘말씀과 함께’ 수첩은 달력, 연간·월간·주간 계획, 성경 통독 계획표 등 필요한 구성만 알차게 넣었다.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종이 커버 표지, 생태계 회복을 희망하는 뜻의 일러스트 내지도 주목된다. 생활성서사의 ‘2025 소금 다이어리’는 말씀이 삶 안에 뿌리내려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전례력이 포함된 ‘플래너’가 연간, 월간, 주간으로 구성돼 있어 전체 일정 관리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성경 통독표’와 ‘주요 기도문’ 등이 수록돼 있다. 또 월간 플래너에는 성월과 축일 및 주요 국가 기념일이, 주간 플래너에는 주일 복음 문장과 주요 축일 등이 포함됐다. 주간 플래너의 주일 부분에는 ‘기도’와 ‘감사’의 공간을 만들어 화살기도나 한 주의 지향을 기록하도록 했다.
“‘연세가 들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친정엄마가 수술받고 잘 버티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얼마나 혼자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그런 저와 한마음이 돼서 간절하게 기도해 주신 본당 어르신들이 아니었더라면 저희 모녀는 힘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인천교구 시흥 은행동본당(주임 김태영 요한 사도 신부) 신자 박성해(율리아·54) 씨는 이렇듯 노쇠한 어머니의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걱정을 떠안고 있었다. 두려움 앞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박 씨는 본당 노인대학 ‘예수성심 아카데미’(학장 박종석 클레멘스) 어르신들에게 기도 부탁을 했고, 중보기도의 위로로 버틸 힘을 얻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박 씨 모녀는 “기댈 수 있는 느티나무가 돼주신 어르신들 공로가 가장 컸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듯 예수성심 아카데미 어르신들은 올해 10월부터 본당 신자들을 위한 기도 봉사를 하고 있다. 본당 이웃에게 위로의 거처가 돼주고자 기도 요청을 받아 기도해 주는 기도 봉사다. 사무실 앞에 놓인 접수함에 신자들이 기도 요청서를 넣으면, 매주 목요일 수업 전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사연을 소개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 지향마다 한 달 정도씩 단체로 기도한다. 특별히 마음에 남은 지향에는 ‘기도 전담자’로 자원하는 어르신도 있다. 가정 성화, 선종 가족의 안식, 냉담 가족의 회심, 학업·사업·취업에 대한 일상적 지향도 많이 들어오지만 뇌종양이나 대장암, 공황장애 등 병고에서의 회복을 염원하는 간절한 지향도 많다. 학교 폭력으로 상처받은 아이, 입안의 건조증 때문에 물 없이는 성체를 못 모시는 가족 등 다양한 사연이 들어온다. 신점순(레나다·71) 어르신은 “이렇듯 어디서 이야기 꺼내기 힘든 사연을 떠안은 교우가 많음을 알기에 언제 어디서든 성호를 긋는다”며 묵주를 들어 보였다. 연로한 신자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교회의 적극적인 일원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기도 봉사는 어르신들이 가진 ‘공감’이라는 영적 보화를 빛내는 장이 된다. 인생의 황혼기,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 이웃들의 염원에 경청하는 사랑의 마음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박종석 학장은 “기도 신청자의 상황이 어떠할지, 어떤 기도가 필요할지 어르신들은 긴 설명이 없이도 이해하고 눈시울을 붉힌다”며 “경륜만큼 해를 거듭하며 깊어진 어르신들 신앙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주임 김태영 신부는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생활 성가 가사처럼 본당 어르신들은 신자들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고 있고, 자신들 또한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4항을 언급하며 “노인들의 존재가 보물이며, 그분들의 삶의 경험들과 쌓아 온 지혜가 여전히 젊은 신자들에게 이해와 격려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서원동본당(주임 양권식 시메온 신부) 성모상 앞에는 작은 잔디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의 붉은 벽돌이 눈에 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벽돌이 아닌 명패다. 이름과 세례명, 태어난 날짜가 새겨져 있는 이곳에서 신자들은 살아있는 이를 위해, 죽은 이를 위해, 모든 생명을 위해 언제든 기도할 수 있다.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묵시 20,15)라는 성경 말씀에서 따온 ‘생명의 책’은 신앙과 삶을 되돌아보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신자, 비신자 제한 없이 누구나 일정 금액을 내고 20년간 생명의 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성모님이 바라보는 자리에 세워진 명패는 총 1380개. 신자들은 자신이나 가족의 이름, 돌아가신 분의 이름과 태어난 날을 새기고 언제든 성당에 와서 기도할 수 있다. 가족의 묘소나 납골당이 멀리 있는 신자들은 생명의 책에 이름을 새기고 고인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 안에서 화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기억하는 잠깐의 시간은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의미 있는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생명의 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전영주(마리아) 씨는 “나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 성모님 바로 앞에 있는 명패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며 “내 이름 앞에서 잠깐 기도하는 순간이지만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성북동본당(주임 김형목 요셉 신부)이 본당을 넘어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본당은 11월 16일 서울 삼선동 분수마루광장에서 서울시가 후원하는 ‘성북구 주민을 위한 성북동성당 음악회’를 개최했다. 더불어 사진전과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해 유동인구가 많은 성북천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가톨릭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다. 음악회 진행은 메인 MC 감동을 비롯해 스페셜 MC로 배우 노수산나(수산나)와 주보영(레지나) 씨가 맡았다. 특히 주보영 씨는 6개월 전에 세례를 받은 성북동본당 ‘새내기’ 신자다. 공연에는 본당 신자인 바리톤 송현우(로마노)와 뮤지컬 배우 김추리(모니카) 씨 외에도 첼로앙상블 ‘담교현’, 테너 이기업과 윤찬영, 색소포니스트 레이, 싱어송라이터 토드(TODD), 뮤지컬 갈라(Gala)팀 어쏘티드가 차례로 무대를 꾸몄다. 출연진은 이날 행사 취지답게 신자와 비신자가 어우러졌다. 공연뿐 아니라 행사장 내에 가톨릭출판사가 마련한 부스인 가톨릭 성물 부스를 비롯해 묵주 팔찌 만들기, 솜사탕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본당 사진전 부스도 열려 지나가던 주민 남녀노소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참여했다. 주민들도 참여한 ‘열린’ 음악회는 본당이 내년에 맞게 될 본당 5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종교계 주최 시민참여행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본당 기획분과장 한경화(안젤라) 씨는 “시가 추진한 공모사업에 주임 신부님이 응모했는데 마침 선정돼서 이런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면서 “처음엔 익숙지 않은 행사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톨릭을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행사 중에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방문해 본당 신자들과 주민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본당은 이번 음악회에 이어 12월 1일에는 성당 내에서 ‘여걸 강완숙 골롬바’ 연극과 50주년 사진전 등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