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토록 찾는 조국은 무엇입니까?』
안중근 의사를 심문했던 검사는 사형장으로 향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
안의사는 이 짧고 단호한 한마디를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에게 있어 「어머니」는 하느님, 조국,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세계평화를 향한 열망의 큰 품으로 나타난다.
27일 개봉한 새 영화 「도마 안중근」(소스원프로덕션 제작)은 안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 전후 11일간을 집중 조명한 대서사극이다.
안중근 의사는 1897년 세례를 받은 후 선교사로서 활동하며 깊은 신앙심을 보여온 인물. 이토 살해 이후 천주교에서 제명됐지만 최근 그의 행적과 신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번 영화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주교 신자로서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되짚어보고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는 본회퍼 목사의 순교에 견주어 안의사 행적에 의미를 부연하며 시작된다.
『만일 미친 사람이 인도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치러 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시종일관 이토를 쏜 것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방법」이었다며 이토의 죽음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히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했음을 강조한다.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던 상하이 현지에서 대규모 중국 스텝과 엑스트라를 동원해 최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힘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강인한 독립투사로서,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유오성(세례자 요한)씨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깊은 신앙심, 교회의 가르침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정의구현을 실현한 안의사의 고뇌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서사」 「휴먼」 「액션」 장르를 동시에 추구하고 지나친 설명을 덧붙이며 행동의 「대의명분」만을 강조한 듯한 구성도 영화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영시간 9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