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도 금메달 최민호 선수 부모 인터뷰

이도경 기자
입력일 2008-08-17 08:57:00 수정일 2008-08-17 08:57:00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베이징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 선수의 부모 최수원·최정분씨.
"역경 이겨낸 민호가 자랑스러워요"

어머니, 아들 위해 10년 넘게 매일 새벽기도

“예비자 교리 받은 민호, 귀국하면 영세할 것”

마지막 결승까지 보기 좋게 한판 승리. 예선에서부터 5경기를 모두 한판승으로 상대를 제압한 ‘한판승의 달인’ 최민호(28.한국마사회) 선수는 절치부심하던 대한민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선사해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유독 결승전 승리의 순간부터 시상식 때 태극기가 게양되던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던 눈물. 만년 3인자라는 설움을 떨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그가 끝없이 흘린 눈물 뒤에는 따듯한 가족애와 어머니의 지극한 신앙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민호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불굴의 의지와 어려운 순간 주님께서 함께해 주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정분(안나마리아.58.김천황금본당)씨는 아들 최민호 선수를 위해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바쳤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성당에서 성체조배와 기도를 바치는 최정분씨의 모습을 보고 장남 최민호 선수도 힘을 얻었다고 한다.

최정분씨는 최민호 선수가 유년시절부터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회상한다. “심성이 착했던 민호는 어릴 적부터 곧잘 저를 따라 성당에 다녔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잠들기 전에 기도를 바친다고 합니다. 요즘에도 가끔 집에 오면 저와 함께 가서 미사를 봉헌하곤 합니다.”

하지만 최민호 선수의 가정이 계속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아버지 최수원(야고보.56)씨의 사업이 어려워져 한때 가세가 기울고 고생하기도 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다독여가며 함께 역경을 이겨냈다.

“지난 시련들을 모두 이겨내고 금메달을 딴 민호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제게 소망이 하나 있다면 민호가 돌아와 세례를 받고 온 가족이 손을 맞잡고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세례를 받고도 냉담했던 아버지 최수원씨도 아들이 돌아오면 꼭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최민호 선수의 본가에는 사방이 각종 상패들로 가득하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십자고상과 성모상에 걸려있는 메달들. 이제 온 국민을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만든 금빛 메달을 십자고상에 걸어놓을 흐뭇한 상상을 하며 최수원, 최정분 부부는 오늘도 그 앞에서 기도를 바친다.

▶ 최민호 선수는

1980년 8월 18일 출생한 최민호 선수는 김천 모암초등학교에서 유도를 시작해 김천 석천중, 경산 진량고, 용인대학교를 졸업해 현재는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끈기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만년 삼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 어머니의 헌신적인 기도와 사랑으로 결국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김천 황금본당에서 예비자교리까지 다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례성사가 있던 날 시합에 출전하는 바람에 세례를 받지 못했다.

최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친 후 심리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를 거쳤다.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그에게 어머니는 성당을 찾아가보라고 권고했다. 선수촌 주변 성당에서 묵상을 하며 마음을 추스른 최선수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이미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다시 한 번 예비자 교리를 받은 최민호 선수는 돌아와서 세례를 받고 가족과 함께 미사를 봉헌 할 마음에 부풀어 있다.

▶ 김천 황금본당에서는

김천 황금본당에는 최민호 선수의 금메달을 기뻐하며 축하하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본당의 신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수많은 이웃들도 최선수의 부모들에게 안부와 축하를 전하며 기뻐하는 잔치 분위기다.

남들에게 드러내길 꺼려하는 어머니 최정분씨의 성격 탓에 김천 황금본당의 신자 중에는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의 어머니가 본당에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모르는 신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신자들은 신앙심이 깊은 최씨의 모습에 늘 감탄하며 아들도 그 기도로 말미암아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본당의 한 수녀는 “안나마리아(최정분씨) 자매님은 새벽기도를 바칠 때 항상 저희들보다 먼저 나와서 기도하세요. 늘 기도하는 모습으로 다른 신자들에게도 모범을 보이시고 온갖 어려움들도 기도로써 하느님께 봉헌하는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다”며 최씨의 열성에 탄복했다.

본당 주임 이성진 신부도 “훌륭한 어머니 밑에서 훌륭한 아들이 났다”며 “최민호 선수도 세례를 받게 되면 열심히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받아 참 신앙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