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느님 손 안에 있는 작은 몽당연필에 불과합니다. 그분이 쓰시고, 그분이 생각하시고, 그분이 결정하십니다.”
스스로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쓰이는 ‘몽당연필’에 비유하며 평생을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신한 복자 마더 데레사(1910∼1997년) 수녀. ‘주님의 종’으로서 살다 간 데레사 수녀의 삶과 신앙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인생 지침이나 다름없다.
20세기 ‘살아있는 성녀’로 추앙받는 데레사 수녀에 관한 책 「마더 데레사, 나의 빛이 되어라(Mother Teresa, Come Be My Light)」(브라이언 콜로디척/허진 옮김/오래된미래/620쪽/1만9800원)의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됐다.
데레사 수녀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 책은 지난해 9월 원서가 나오자마자 시사주간지 ‘타임’이 서평으로 크게 다뤘을 만큼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어 번역판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출신 허진씨의 영문 번역과 류해욱 신부(예수회)·이상각 신부(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전담)의 감수를 거쳐 빛을 보게 됐다.
데레사 수녀가 자신의 영적 조언자들에게 수십 년간 써온 편지들을 모은 이 책은 그의 내밀한 고백과 영적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존의 기록물을 통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글과 회상을 통해 그의 내면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1·2장에서는 데레사 수녀의 종신서원 이전까지의 삶을 다뤘다. 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로레토 수녀회 시절 이야기다. 3장에서 7장까지는 1946년 9월 10일 ‘사랑의 선교회’를 세우라는 계시를 받고, 새로운 소명을 따라 로레토 수녀원을 떠나 빈민가에서의 활동을 벌이는 과정이 펼쳐진다.
8장부터 13장까지는 이 책의 백미(白眉)다. 데레사 수녀가 고통을 쏟아낸 편지를 소개하며 그의 진실한 내적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또 새로운 부르심과 사명을 실천한 대가는 무엇이었는지를 다룬다.
데레사 수녀가 고백한 어둠은 끔찍한 고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영혼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났다. 데레사 수녀는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소명을 애덕의 불꽃으로 승화시켰다. 그 불꽃은 ‘사랑의 화신’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빛으로 전해졌고, 이는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데레사 수녀의 시복 청원인을 지낸 브라이언 콜로디척 신부(마더 테레사 센터 전담·사랑의 선교 수사회)는 머리말에 “이 책은 그녀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고, 왜 늘 기뻐했는지, 또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간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