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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시 시작하는 이태석 : 왜 이태석인가?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1-19 수정일 2011-01-19 발행일 2011-01-23 제 273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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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세상에 사랑·나눔의 불씨 댕기다
선종 1주기 맞아 사회 각계에 추모 움직임 확산
영화 ‘울지마 톤즈’ 30만 관객 돌파 ‘흥행 돌풍’
숭고한 나눔 영성 따르려는 수단 후원자 급증
생전의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수단 톤즈의 한 어린이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태석 신부 선종 1주기를 맞아 그의 숭고한 삶과 영성에 대해 사회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울지마 톤즈’가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종교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다.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영화가 난무하는 가운데 조용하고 잔잔한 이 영화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이 시대에 진정한 나눔과 사랑을 몸소 보여준 한 사제 때문이다.

영화 주인공인 고(故)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 1962~2010)는 2001년부터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의사이자 교사, 사제로서 봉사의 삶을 살다가 지난해 1월 14일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그의 선종 1주기를 맞아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촛불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아 톤즈를 환하게 밝힌 이태석 신부. 이제 그를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나눔과 사랑의 불씨는 여전히 사람들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맨 왼쪽)가 영화 ‘울지마 톤즈’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감동의 향기

이태석 신부 선종 1주기를 앞두고 언론들은 일제히 그를 기억하는 기사를 실었다. 하나같이 이 신부를 기리고, 그가 남긴 나눔 정신을 이어가자는 내용이었다. KBS도 다큐멘터리 ‘이태석 신부, 세상을 울리다’를 선종 1주기인 14일에 특별편성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민문화회관에서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이사장 이재현)가 주최하는 이태석 신부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이 신부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나눔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의미 있는 음악회였다. 이 자리에는 15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 좌석이 부족해 통로 계단에 앉아 관람하면서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신부를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그의 희생적인 사랑을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다. 영화는 개봉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흥행몰이를 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봉 당시 13개 상영관으로 시작해 개봉 4주차 만에 54개관으로 확대 상영된 것은 물론 LA 한인회의 요청으로 미국 CGV에서도 상영됐다. 또한 제20회 한국가톨릭매스컴상 대상, 2010년 올해의 좋은 영상물, 제1회 KBS감동대상을 수상하면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관람객들도 각양각색이다. 가톨릭 신자들을 비롯해 개신교, 불교 등 타 종교인들도 영화관을 찾아왔다. 종교뿐 아니라 연령과 직업도 다양한 관람객들이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이 신부를 만나고자 했다. 특히 정부기관 및 지자체, 학교, 기업체도 단체관람을 하면서 열기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본당에서도 ‘울지마 톤즈’를 상영하면서 이 신부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신부의 유일한 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도 증보판으로 발행,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서점가 외에 본당 성물방에서도 이 책은 인기 만점이다. 서울 역촌동본당의 경우 무려 400여 권이 판매돼 이태석 신부에 대한 교회 안팎의 관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감동을 준다”며 추모열기의 확산을 설명했다.

나눔·사랑의 불씨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내려놓은 이태석 신부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줬다. 영화와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전한다. 그의 숭고한 삶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희생정신은 사라지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대학생 박치윤(에르메르·26)씨는 “‘울지마 톤즈’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며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회 안팎으로 퍼져나간 감동은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2006년 개설된 이후 매월 5000원 돕기 운동을 펼쳐온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000명으로 시작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현재 1만4000여 명에 달하며, 후원회원은 1500명에서 4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하루 방문수 기록이 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현(가브리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은 “최근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함께하며 사랑과 나눔 실천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톤즈가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임을 잊지 말고 낮은 이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구수환 프로듀서는 지난 15일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해, 제20회 가톨릭매스컴상 대상 상금 전액을 아프리카 톤즈 병원에 기부했다.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도 전남 담양 천주교 공동묘역 살레시오 성직자 묘역에는 이 신부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는 비신자들의 비율도 많이 차지한다.

비신자인 한정희씨는 “이태석 신부님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한다”며 “이재현 이사장을 비롯한 수단어린이장학회가 신부님의 뜻을 계속 이뤄가며,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하게 돕는다”고 말했다.

살레시오회 관구장 남상헌 신부는 이러한 교회 안팎의 추모열기에 대해 “불안과 메마름이 더 짙어질 때, 삶 안에서 따스한 마음을 적극 실현하며 살아온 이태석 신부의 삶이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남 신부는 이어 “이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과 소통, 이웃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이 신부의 모습을 보고 자극 받아 수단 돕기 등 동참하는 기회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추모 열기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순간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숭고한 삶을 산 그의 영성에 집중해야 한다. “나눔은 사랑이며 관심”이라는 이 신부의 말처럼 소외된 이웃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한다.

■ 미디어로 만나는 이태석 신부

- 영화 ‘울지마 톤즈’

KBS 1TV에서 방영된 ‘KBS스페셜 - 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를 재편집해 지난해 9월 개봉했다. 영화는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8년간 인술을 펼친 이태석 신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신부는 질병 치료나 빈곤해결에 그치지 않았다. 한센인 정착촌을 개척하고 소년병으로 끌려가는 아이들을 불러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다. 그의 숭고한 희생을 화면으로 복원한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유일한 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이태석 신부가 월간 「생활성서」에 ‘아프리카 햇살’이라는 제목으로 2년간 연재한 원고를 엮은 책이다. 수단 남부 톤즈 마을에서 의사와 교사로 활동하며 나눈 체험담을 실은 책은 수단과 한국을 잇는 사랑의 못자리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발간된 책은 지난해 연말 증보판을 포함 8만 부가 발간됐으며, 일반 유명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권장도서·인성교육 자료로 추천하고 있다.

- 작곡집 「쫄리신부님의 노래」

어린 시절부터 오르간 연주와 작곡에 재능을 보인 이태석 신부는 ‘성탄’, ‘둥근 해’, ‘작은 별’ 등 동요와 ‘묵상’, ‘새 아담을 찾아서’ 등을 작곡했다. 노래 악보나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형 이태영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꼬회)와 동생 이태선 지휘자의 기억을 더듬어 악보로 되살렸다. 작곡집과 함께 추모음반 ‘슈쿠란 바바’도 발매됐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