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성사를 받은 지 1년여, 믿음이라고는 어릴 때 어머님 손에 이끌려 절에 가서 시키는 대로 커다란 부처조각이나 무서움을 주는듯한 그림에다 무조건 절을 하면 옆에서 어머님이『제발 크거든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해주십시오.』하고 빌던 기억밖엔 없다.
그러던 내가 나이 45살에 처음으로 교리반에 나 스스로 갈 수 있었는데다 이제는 레지오단의 일원으로 활동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경건한 마음자세로 십자성호까지 그을 수 있게 되었으니… 천주님의 부르심에 속히 응하지 못한 지각교인이 되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약3년 전 집사람이『나 성당 다녀도 됩니까.』하고 묻기에『갑자기 성당은 왜?』라고 반문하니 어릴 때 예배당에 다니다 친정아버님에게 들켜 혼이 났다면서 웬지 자꾸만 성당에 다니고 싶다기에 사람으로서 믿음을 가져서 나쁠 거야 없겠지. 그러나 아버님의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못 박았다.
아버님께서도 예배당은 안 되지만 성당은 다녀도 된다고 뜻밖의 허가를 내려 아내는 나보다 1년 전에 작은 아이들과 함께 영세를 받았다. 그 후 아버님이 병중이셔서 영혼이나마 구원해야 된다고 믿음이 지극한 이웃에 계시던 고향할머니와 집사람이 신부님을 모셔왔는데 아버님이 들어 누우시며 상면조차 거부하셨다. 그런데 하필이면 성품이 급하신 신부님이시라 되돌아오신 손님인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나의 방으로 모셔서 담배와 차를 권하며 과거 아버님께서 예수교인을 믿고 상거래를 하시다 크게 사기 당하셔서 그러실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드렸다.
그 뒤 아버님의 病은 惡化되었으며 修女님이 두 차례 오신 연후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전부 나쁜 사기꾼이 아니며 여기오신 수녀님처럼 얼마든지 훌륭하시고 진실한 신자가 있으며 개중에 나쁜 사람이 아버님을 괴롭혔을 것이라고 한동안 설득한 후 겨우 아버님이 應하셔서 병자성사를 받고 임종 시에 묵주를 손에 쥐어 드릴 수 있었다.
그 후 아버님께서는 단 한번도 가신 적이 없는 성당에서 엄숙한 장례미사의 크나큰 은총을 받았다. 신부님과 수녀님들에게 감사했으며 매일처럼 오셔서 연도경을 해주시는 교인들에게 몸들 바도 모르게 감사했다.
『나도 저분들처럼 마음속으로 감사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하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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