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둥베이는 말한다」 발간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2-10-23 03:41:00 수정일 2012-10-23 03:41:00 발행일 2012-10-28 제 281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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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임복만·양세환 신부 흔적 10년간 쫓아 증언 담아
“한국교회 첫 해외선교 사제들의 중국 선교 발자취”
1930년대 선교 위해 파견된 사제들 
중국 공산당 박해 시달리다 선종
세 사제  삶 담기 위해 현지 답사 시행 
둥베이는 말한다

404쪽/1만 5000원/가톨릭출판사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도 해외선교에 대한 의식 변화는 물론 실질적인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의 변화, 발전 과정의 하나이다.

한국교회는 특히 서양선교사들의 진출과 한국인 사제 양성 등의 과정에서 중국교회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받기만 했을까?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꽤나 긴 여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국내도 어려운 시기였지만, 한국교회는 김선영(요셉)·임복만(바오로)·양세환(비오) 세 명의 신부를 해외 선교사제로 파견한다. 선교지는 중국 둥베이 지역이었다.

그러나 선교사제들은 오래지 않아 심각한 탄압을 받는다. 중국 공산당은 모든 신앙 행위를 간섭할 뿐 아니라 장기간 감금과 강제노동, 고문 등을 서슴지 않았다.

세 사제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들에게 맡겨진 양떼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선교지에 남았다. 이후 사제들이 견뎌내야 하는 박해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김선영 신부
임복만 신부
양세환 신부

「둥베이는 말한다」는 이 사제들의 발자취를 담은 선교 답사기이다.

세 사제들의 선교활동이 책으로 엮어질 수 있는 씨앗은 최기복 신부(인천교구·옹청박물관장)가 처음 뿌렸다. 2000년 대희년, 안식년을 맞이한 최 신부는 이들의 중국 선교 발자취를 더듬는 답사와 증언 채록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까지 중국 답사와 증언 채록은 총 13회에 걸쳐 진행됐다.

김문태 교수(가톨릭대 ELP학부대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최 신부의 기획과 인터뷰 활동, 김 교수의 증언 녹취와 기록, 오병한 선생의 영상 기록과 사진 촬영, 강순정씨의 통역 등을 바탕으로 영글어진 결실이다. 이들은 만주지방 동북삼성에서부터 베이징 도심까지 선교 사제들의 흔적이 있거나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구석구석 누볐다. 그 덕분에 중국교회와 한족, 조선족을 불문하고 성직·수도자, 평신도 210명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둥베이는 말한다」에서는 세 사제들이 견뎌야했던 박해 과정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벽 양쪽에 못이 박혀 있어 돌아눕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기어가서 간신히 볼 수 있을 만큼의 좁은 감방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콩 한쪽과 소금 한 덩어리를 씹으며 버텨야 하는 강제 노동 중에도 신자들을 돌보는 사목활동은 멈추지 않았다고. 결국 양세환 신부는 중국 감옥에서 병으로 선종했고, 김선영 신부는 강제노동 중에 눈을 감았다. 임복만 신부는 한중 수교 이후 한국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선종했다. 이들 중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근·현대 신앙의 증인’으로 선정, 교구가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답사를 기획한 최기복 신부는 이 책의 발간사를 통해 “10년간의 중국답사와 증언 채록에서 얻은 결론은 이 세 명의 사제들이 한국교회 최초의 선교사들이자, 현대의 순교자라는 사실이었다”며 “이들의 선교와 순교는 과거 한국교회가 중국교회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이자, 앞으로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펼칠 중국 선교와 동양 평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6년 자오허공소를 방문해 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중국 답사팀의 모습.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