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90) 견진 대부와 영세 (1)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06-16 수정일 2015-06-16 발행일 2015-06-21 제 2949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혹시 대부, 대모님 얼굴이 기억나세요? 가끔 본 적이 있나요? 어떻게 그 분이 당신의 대부, 대모님이 되셨나요? 때로는 예상치 않는 일 속에서, 뜻하지 않는 사건 안에서 맺어진 대부, 대모 관계가 삶을 바꾸어 주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좋은 대부, 대모 관계는 좋은 대자, 대녀가 만들어가기도 하구요! 그럴 때는 참 놀라워요, 하느님의 섭리가!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형님’이라 호칭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큰 키에 긴 머리를 흩날리는 외모로 음악 평론을 하며 살아갑니다.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그 분이 만날 때마다 음악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특히 내가 어떤 음악을 우연히 들으면 그 음을 메모해 놓았다가 ‘형님’을 만나서 음을 들려주면, 그 음악의 작사와 작곡가가 누구며, 그 음악의 전후 배경을 함께 들려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넋 놓고 ‘형님’의 가르침(?)에 빠지곤 합니다. 클래식이 전문인데. 가끔 현대 한국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한국사와 관련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설명을 해서 박수치며 감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형님’이 영세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소식은 ‘형님’이 내게 말하기가 뭐한지, 형수님을 시켜서 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꼭 그런 일은 바쁠 때 생겨서, 어떤 약속은 취소하고, 또 어떤 약속은 미루면서 그 ‘형님’의 영세식에 가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평상복을 입고 형수님과 함께 신자석에 앉아서 영세식을 참석했는데, 영세자 호명을 할 때에는 나모 모르게 가슴에 묘한 감정이 흘렀습니다. ‘영세자 가족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워낙 큰 키라 멀리서도 그 ‘형님’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것 보다 정작 더 궁금한 것은 그 ‘형님’의 대부였습니다. ‘저 형님 대부는 누가 대부를 섰을까!’ 미사 도중에 형수님께 떠들며 물어 볼 수도 없고 해서,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분이 대부를 섰겠지!’ 이윽고 영세식이 끝나고, 주임 신부님과 기념 촬영을 한 후, 가족 내빈들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데, 그 ‘형님’과 비슷한 연배 분이 대부로 그 ‘형님’ 옆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악수를 청한 후, 영세식 기념 촬영을 다 끝낸 다음,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인사를 나눈 후, 내가 먼저 그 ‘형님’의 대부님에 물었습니다.

“대부님, 그런데 형님과 연배가 비슷하신 것 같은데요!”

그러자 그 ‘형님’의 대부님은,

“예, 맞아요. 우리 어릴 때부터 친구예요. 그런데 일이 어떻게 꼬이고 꼬여서 내가 영세 대부를 서게 되었어요.”

“아니, 꼬이다니,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러자 ‘형님’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영세 이야기를 한 것이 작년 이 맘 때인가…. 이 친구는 당시 지방에서 주말 부부를 했고, 그 핑계로 성당에 안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날, 모처럼 만나서 소주 한 잔 마시는데, 성당 다니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술 한 잔 마시더니, 대뜸 나에게 영세를 받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천주교에서 대부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네가 대부를 서 준다면, 내가 교리반에 들어가겠다, 뭐 이렇게 시작의 발단이 된 거예요.”

<다음 주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