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눈이 아름답게 내리는 시골에서, 마을 신자들과 영적인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행복한 사목을 하는 어느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특수사목만 주로 하시다가, 본당을 처음 맡은 그 신부님은 가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나는 본당 신부 체질이 아닌가봐! 늘 좌충우돌하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겸손한 사목자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달, 유난히 추웠던 그 즈음에 성당 지하실 하수관이 3번, 오수관이 1번, 상수관이 1번이 터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수관이 터져 수리를 하면 다른 쪽에서 터지고, 또 수리하면 또 다른 쪽에서 터지고! 그렇게 하수도관 수리가 다 마칠 때가 되자 오수관이 막혀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공사를 했고, 그렇게 오수관 공사를 다 끝내자 바로 상수도관이 터진 것입니다. 본당이 오래 되어서 언젠가는 겪을 일이었는데 그 신부님께서 가서 겪은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수도관이 터진 위치가 본당의 비품과 책, 그 밖의 여러 가지 물품들을 쌓아 둔 곳이었기에 여러 가지 손실이 컸다는 것입니다.
당시 추운 날씨만큼이나 그 신부님 마음고생도 컸고, 마음고생 이상으로 몸 고생도 많이 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위안을 삼는 것은 상수도관이 터지자, 본당 신자들이 너도나도 집에서 다리미를 가지고 와서 젖은 물건을 다리미로 다려주고,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와서 축축한 물품들을 말리는데 일심동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신자들과 추운 날씨에 일을 하던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기침이 나오더랍니다. 점점 심해지는 신부님의 기침 소리를 듣던 신자들은 ‘신부님,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몇 번이고 말을 했답니다. 하지만 그 신부님은 신자 분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함께 일하는 신자 분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함께 정리하고, 함께 청소하고, 함께 다리미질을 하면서 힘든 상황을 즐겁게 지냈답니다.
하지만 신부님의 기침은 점점 심해졌고, 참다못해 신자 분들은 신부님에게 ‘병원에 좀 가시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신부님은 근처 약국에서 가벼운 몸살, 감기약을 사서 먹었답니다. 그러기를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신부님의 기침이 멎지 않자 본당 신자분 중에 한 분이 신부님의 증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오기까지 했답니다. 신부님은 신자 분들의 정성과 마음이 고마워 오히려 신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욱 즐기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무리하게 일을 하다 보니, 신부님은 한 달 이상이나 기침을 했고, 그것을 보다 못한 신자 분들이 어느 날, 납치하듯 신부님을 데리고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듣자,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갔답니다. 신자 분들 차에 이끌려간 신부님은 신자 분들에게 ‘앞으로 잘하겠다’고 빌기도 하고, ‘당장 본당으로 갑시다’라고 화도 내기도 했지만, 신자분들은 들은 척도 안하고 신부님을 차에 태우고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대학병원으로 가면서 신자 분들은 신부님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신부님, 사실 신부님의 몸은 신부님 것이 아니잖아요. 하느님 것이고, 우리 본당 신자들의 것이잖아요. 신부님, 이것은 하느님께서 신부님께 좀 쉬라는 뜻이므로 제발 순명하셔요. 그리고 저희 신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보시고, 제발 저희들 말에 순명 좀 해 주세요. 본당은 저희들이 잘 지킬게요.”
할 수 없이 병원을 가서 접수하고, X-Ray도 찍고 피 검사를 했더니…, ‘급성 폐렴’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곧 입원 수속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신부님의 표현으로는 폐 사진이 하얗게 되는 것보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했던 첫 마디가,
“에이, 폐렴 아니에요, 폐렴은 무슨. 감기 기침 좀 했다고 다 폐렴인가!”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