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랑스 선교사 다룬 다큐멘터리와 음반 ‘시간의 종말’ 제작한 첼리스트 양성원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08-31 수정일 2016-08-31 발행일 2016-09-04 제 3010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숭고한 순교정신 ‘희망’의 선율로 되살리다
한국교회 뿌리된 선교사 노력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기획
국내·유럽성지서 다큐 촬영
음반은 명동대성당 실황 녹음

순교로 신앙을 증거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삶을 현재에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한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

시작은 서울 명동주교좌본당 주임 고찬근 신부와의 만남이었다. 지난해 5월 첼리스트 양성원(요셉·서울 광장동본당) 연세대 교수는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을 명동대성당에서 연주한 계기로 고 신부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때 명동대성당의 역사와 함께 건축 당시 사용된 벽돌들이 프랑스 선교사들이 순교한 새남터의 모래와 흙으로 빚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년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던 양 교수에게 그 사연은 예사롭지 않은 ‘울림’이었다. 조선 땅에서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숭고한 삶, 그것이 씨앗이 돼서 가톨릭교회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과정은 “나는 음악가로서 어떻게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했다.

그 질문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라는 생각’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옮아갔다. 마침 2016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30주년을 맞는 해였다. 양 교수는 그 심정을 담아 프랑스 선교사들의 순교를 기리는 헌정 다큐멘터리와 음반 제작에 착수했다. 지난달 출시된 병인박해 150주년 기념,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시간의 종말: For the end of time’(감독 김대현)과 음반 얘기다.

국내 성지와 유럽 성지들을 배경으로 촬영된 다큐멘터리는 양성원 교수의 트리오 오원, 채재일씨가 연주하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흐르는 가운데 현재와 과거의 파리 한국을 오가며 선교사들의 이야기, 초기 한국교회의 상황을 풀어가는 형식이다.

음반 ‘시간의 종말’ 표지.

다큐멘터리 ‘시간의 종말’ 캡쳐 화면.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1908~1992)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서 성경을 묵상하던 중 요한묵시록에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양 교수는 죽음을 목전에 둔 극한 상황에서 위대한 작품을 남긴 메시앙과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선교사들에게서 ‘희망’이라는 연결고리를 찾았다.

그는 “메시앙의 음악은 다소 생소하지만 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면서 “불협화음들에서 울림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울림은 곧 희망”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내몰릴 곳 없는 절망의 끝자락에서, ‘절망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 것이라는 해석을 들려줬다.

프랑스 현지 촬영에서 선교사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 한국에서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한 후의 느낌을 적은 일기 등을 마주하며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는 양 교수. “그에 앞서 한편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음반은 지난 6월 1일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병인년 순교 150주년과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미사 후 연주된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실황을 녹음한 것이다. 양 교수는 “그분들께 헌정하는 메시앙 연주가 녹음된 그 순간의 영적인 연결이 벽돌 사이사이에서 잔향처럼 살아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수, 부산 지역에 이어 8월 31일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다큐멘터리 상영과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연주 공연을 가진 양 교수는 9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다큐 상영과 연주 일정을 마무리한다.

67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지상파 상영이 추진 중이며 극장 상영도 예정돼 있다. 제작을 지원했던 (재)플라톤 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일부 영상이 게재될 예정이다.

※문의 02-2106-2035(음반) 02-701-4879(공연)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