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성당이 곧 미술관이요 박물관 547년 완공된 원형 성당 예술성 높은 모자이크 등 성당 내부 화려하게 장식
이탈리아 북동부 항구 도시 라벤나(Ravenna)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교회 미술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리되었을 때 잠시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라벤나에서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성당 건축과 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박해 때문에 성당을 지을 수 없어서 열심한 신자 가정에서 비밀리에 주님의 성찬례인 미사를 봉헌하며 신앙을 키웠다. 신자들은 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313년 밀라노 관용령을 발표하면서 신앙의 자유를 갖게 됐다. 박해가 끝나자 지하 교회가 지상의 교회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의 성당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라벤나에는 5세기에서 6세기에 건립된 성당과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뛰어난 모자이크가 있다. 바실리카 양식의 사각형 교회로는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 ‘산타폴리나레 누오보 성당’과 ‘산타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을 꼽을 수 있다. 교회 미술에서 사각형은 동서남북의 작은 세상을 상징한다. 이런 형태는 교회가 이 세상에 구원을 드러내는 상징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원형성당으로는 ‘산 비탈레(San Vitale)성당’이 있는데, 이런 형태의 유례는 둥근 묘실에서 찾을 수 있다. 원형 건물은 하느님 나라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도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여기서 예수님은 매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분의 커다란 눈은 모든 사람을 잊지 않고 살피신다는 것을 알려 준다. 단발머리의 수염 없는 예수님은 청년처럼 젊어 보인다. 이것은 예수님 안에 세월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산 비탈레 성당 내부는 예술성이 높은 모자이크 때문에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내부 전체가 다 눈부신 것은 아니다. 미사가 거행되는 제대와 제단 뒤의 낮은 벽면은 모자이크 장식 없이 대리석으로만 꾸몄다. 이런 소박한 장식을 통해서 제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성체성사인 미사가 돋보이도록 한 것이다. 산 비탈레 성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성당으로서 기능을 하면서 그 안에 있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덕분에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능도 함께 한다. 이처럼 유서 깊은 성당과 모자이크 성화는 세계의 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라벤나는 작은 항구 도시지만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초기 그리스도교 건물이 여덟 개나 된다. 그래서 이 도시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오늘날 교회와 예술, 성당과 미술관은 서로 상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면서 사람들에게 진선미를 보여 준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서 진선미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문화와 예술도 구세주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과 모자이크 앞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