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제 개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구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교구 주교들이 대리구장으로 임명돼 주교들이 대리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과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다.
교구와 대리구는 어떤 방향으로 대리구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대리구제의 나아갈 방향과 그 준비과정에 관해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와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를 만나 들어봤다.■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
“냉담 교우 늘고 성소자 줄고 있어… 대리구에서부터 해결책 모색” 두 대리구 따로 움직이는 것 아니라 긴밀한 소통으로 ‘통합사목’ 향하는 것 구성원에게 ‘신앙의 기쁨’ 전하고파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른 사목을 펼치기 위해 신부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각 지역 평신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가운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적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6월 29일 대리구제의 개편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2대리구는 9월에서야 대리구 사무실과 각 대리구국장 신부들의 사제관, 문 주교의 주교관을 의왕 오전동에 자리한 제2대리구청에 이전했다. 물론 새 대리구청사에 입주하기 전부터 새 대리구의 복음화 환경을 파악하고 제2대리구의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해오기는 했지만, 제2대리구청의 안정된 업무는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난 셈이다. 4개월가량 제2대리구장 소임을 수행해온 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는 “우리 교구의 새 대리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구와 대리구 간의 여러 행정 업무를 보완하고 각 본당과 대리구의 유기적 협력 속에 지역 복음화를 위한 여러 분야의 실무체계를 정착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저와 함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대리구청의 각 처·국장 신부님들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 주교는 새로 시행되는 대리구제도에 관해 “사목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교구장 주교님께서 교구의 여러 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중하게 고민하신 끝에 대리구제도를 개편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혹시 두 개의 대리구가 운영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데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라 주교님들과 긴밀한 소통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리구가 나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근 8년 간 교구 복음화국장을 맡으면서 교구의 전반적인 복음화 정책과 그에 따른 실무를 담당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된 만큼 제2대리구의 사목적 환경을 파악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대리구가 맞닥뜨린 사목적 과제는 여전히 난제로 다가왔다. “현 시대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개인주의화, 물질주의화 되다보니 현대인들은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을 보편진리가 아니라 개인 취향에 맞게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적인 신심이나 영성을 잃고 신앙생활 자체도 개인화, 익명화되거나 냉담하는 교우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이것이 우리 교회는 물론 대리구에서도 극복해야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 제2대리구는 현재 각 처·국을 중심으로 모든 청소년·청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또 각 지구장 신부들이 함께 모이는 대리구 사제평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현 시대에 맞는 사목적 프로그램을 수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문 주교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리구와 함께 특별히 무게를 두고 고민하는 분야는 ‘청소년사목’이다. 문 주교는 “내년 계획 중 하나는 한국교회의 우려 중 하나인 여자 수도성소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이라면서 “이미 교구 내 몇몇 지구가 지구별로 여자 수도자 성소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리구 내 모든 지구에서 성소모임을 더 적극적으로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주교는 “교구의 특징 중 하나가 신자들의 강한 교육 욕구”라면서 “신자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리구제 개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교구 구성원들의 유기적 소통이다. 문 주교는 대리구민들과 소통하며 전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신앙의 기쁨’이다. “신자들에게 친근한 목자로, 함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어요. 항상 본당을 방문하면 신자들에게 기쁨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려합니다. 그런 가운데 본당 공동체가 복음화, 청소년 신앙교육,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을 노력해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는 아이들에 맞게, 어르신을 만날 때는 어르신에 맞게, 봉사자를 대할 때는 봉사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팔방미인’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몸이 지칠 법도 한데 문 주교는 그 또한 자신의 기쁨으로 여긴다. 이렇게 상대방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긴장을 하다 보니 문 주교는 본당 방문 뒤 차에 타면 “차문을 닫는 순간 긴장이 쫙 풀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교구청을 떠나 대리구청사에 주교관을 둔 것도 소통의 측면에서 큰 이점이다. 문 주교는 사제들, 직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교구가 지향하는 통합사목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문 주교는 “신부님들과 격 없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음에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모든 신부님들, 교우분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날은 과거처럼 신앙생활을 순탄하게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간혹 이런 세상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교회는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보편적인 교회이자 유구한 역사 안에서 온갖 풍파를 헤쳐 오면서 뿌리가 깊게 내린 나무처럼 훌륭한 교회입니다. 자랑스런 순교자들이 발판을 만든 교회의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세상 속에서도 세속의 여러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자랑스러운 신자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때 신앙생활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작은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