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대부부 “이혼급증” (상)

상인숙 기자
입력일 2019-07-15 수정일 2019-07-15 발행일 1990-10-07 제 1724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기ㆍ성급한 판단이 파탄불러
애정보다 인간상품화 경향심해
「혼인의 신성함」교육 강화돼야
고통참으며 부부간 신뢰ㆍ이해노력 필요
◇…이혼 부부의 54.1%가 결혼후 3년 이내에 이혼을 했으며 이중 38.7%가 20대 부부라는통계가 나와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처럼 초기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고통」보다는 「독립」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물질 만능주의에 세태에 빠르게 젖어드는 현대인들 속에서 혼인의 신성함, 가정 윤리의 파괴에 더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혼인의 신비와 불가해소성을 가르치면서 가정의 존귀함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1년에 약 6만5천여쌍이 이혼으로인해 신성한 가정의 붕괴를 가져오는 현실 속에서 교회는 등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점차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이혼의 실태와 사회현상 및 그 해결책을 위한 교회의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註>

20대 부부의 이혼율이 급증하는 등 이혼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신혼파경에 따른 문제점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서 재판 또는 합의에 의해 이혼한 부부는 6만4천9백여쌍에 이른다.

90년대 대법원「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의 1심법원에 접수된 이혼 심판청구 건수 중 절반이 넘는 54.1%가 결혼 3년이내에 갈라선 부부로 나타나고 있다.

이혼자들의 연령층도 20대가 38.7%, 30대가 41.8%로 나타나 조기이혼이 늘어나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의하면 재판이혼의 경우 30대가 87년 45.5%에서 88년 42.6%. 89년 41.8%로 계속 줄어든 반면 20대 이혼은 87년 24.9%에서 89년에는 38.7%로 나타나 3년사이에 13.8%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89년 한해동안 한국 가정법률상담소를 찾은 이혼사건 4천8백83건을 혼인생활 기간별로 살펴보면 파탄의 시기가 결혼 후 1~2년이 6백87명(14.1%)으로 가장 많고 3~4년이 6백74명(13.8%). 5~6년이 5백89명(12.1%)의 순으로 나타나 있다.

초기 이혼 특히 결혼1년 이내의 이혼은 현시대의 잘못된 결혼 풍습도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즉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결혼 당사자들은 급하게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며 애정을 전제로 한 인격적 결합이기 보다는 자신을 상품화 시키고 상대방도 규격화 된 기성품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조건에 합당하지 않으면 쉽게 갈라설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결혼에 대한 의식변화도 초기 이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바로 결혼에 대한 책임성결여와 극도의 이기주의가 그것이다.

이혼 상담을 하로 오는 많은 이들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빨리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전한다.

이혼을 「제2의 인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고통을 참으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 차명희(요한나ㆍ여의도본당)씨는 『과거 60~70년대에는 자식 때문에 이혼못한다는 이들이 많았지만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생각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심지어 이혼상담을 하러 올 때 양육기관알선을 요청하기도 한다』면서 무책임한 부모의 태도를 개탄했다.

결혼 후 1년이내에 이혼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채 경솔하게 결혼함으로써 처음부터 문제점을 가지고 출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부부들은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쉽게 결혼하고 그만큼 이혼도 쉽게 결정한다.

많은 관계자들이 조기이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혼 전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남녀의 역할ㆍ부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신뢰와 평등을 깨우치고 애정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비롯 YMCA 등 사회단체가 마련하고 있는 결혼강좌 프로그램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교육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혼인 준비교실은 「바람직한 이성교제 및 배우자 선택」「내가 찾는 배우자상토론」「새로 맞는 가족과의 인간관계」「부부의 성생활」「결혼과 직업의 양립문제」「부부심리」「혼인생활에 필요한 법률」「부부의 대화 기법」「혼수와 결혼식」「부모됨의 자세」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혼인 준비교실은 여성만 참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초기 이혼을 줄이기 위해 결혼 전의 혼인교육과 더불어 혼인 후에도 부부의 갈등과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카운셀링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