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시인들의 시로 곡을 만든 적이 있었지만, 성음악 작곡가인지라 세속의 곡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곡을 의뢰받아 완성하고도 찢어버린 것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김 시인의 시 스무 편을 곡으로 만드는 것은 전에 했던 작업과 전혀 달랐다.
“한 편, 한 편 차례차례 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스무 편의 곡을 종합적으로 구상해서 작곡했습니다. 스무 곡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작곡을 쉽고 빠르게 해내 ‘작곡공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소장이지만 이번 작업은 그렇지 않았다.
창작과정 내내 자신의 좌우명인 ‘주님 당신 뜻대로 하소서’(Fiat Voluntas Tua)대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겼다고.
“정제되고 연마된 단어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느낌을 그려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곡을 만들면서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몇 달, 몇 년이 걸리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에는 숨어 있는 무한한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잡아내 정리한다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까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겨울바다’를 작곡하고 나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젊은 시절 나의 모습과 쓸쓸함, 그것을 채워주신 하느님에 대해 돌아보게 됐습니다.”
조욱종 신부(부산교구)가 정리한 구약성경 아가서를 노래로 만든 ‘사랑의 고백과 아가서의 여인이여’ 또한 이 소장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다.
문구 그대로만 보자면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듯하지만 실은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을 표현한 아가서의 흠결 없는 사랑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곡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독창곡으로만 구성된 1부와 달리, 독창과 중창, 합창이 어우러진 칸타타 형식으로 만들게 됐다. ‘여자’와 ‘남자’는 독창으로, 해설은 ‘합창’으로 그려냈다. 또한 남녀 주인공의 서로를 향한 열렬한 사랑을 선율의 흐름과 과감한 전조로 표현했다.
이 소장은 언젠가는 아가서를 오라토리오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자나깨나 작곡만 생각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아’는 꿈에서 떠오른 멜로디로 만든 곡이다. 잠에서 완전히 깬 후 멜로디가 기억이 안 날까봐 비몽사몽간에 곡을 쓴 다음 다시 잠들었다고.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시인과 작곡가의 만남을 주선하고 아가서를 정리한 조욱종 신부님 덕분에 이번 음악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며 “새로 태어난 곡들이 앞으로 교회 안팎에서 널리 불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라토리오 ‘요한에 의한 수난복음’, ‘거룩한 탄생’, ‘카인’과 우리말 가사로 된 천사미사곡 등의 미사곡, 시편화답송과 수도자들을 위한 성무일도 전곡 등 전례곡을 작곡한 이대성 소장은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성음악대학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학·성음악학·성음악작곡 학위(MAGISTERIUM)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