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 ‘천사의 도시’ 태국 방콕을 찾았다. 교황이 탄 비행기가 방콕 돈므앙공항에 도착하자, 주태국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가 비행기에 올라 교황을 영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네 번째 아시아 순방의 시작이었다. 교황이 태국을 방문한 것은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처음이다. 교황은 11월 23일까지 방콕에 머물며, 대표적인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소수인 가톨릭교회 공동체를 격려하고, 종교 간 대화와 복음의 토착화, 적극적인 선교활동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 이주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 요청
태국에서 교황의 첫 일정은 태국정부의 공식 환영식 참석이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환영을 받은 교황은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리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교황은 이민과 난민에 대한 태국 정부의 관심과 배려를 요청했다. 교황은 “우리 시대에서 이주는 중요한 도덕의 문제가 됐으며,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 “환대로 유명한 태국도 이웃 나라에서 갖은 고난을 겪어 이주해 온 난민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400만 태국 인구 중 490만 명이 이주민 또는 난민이다. 지난 5년 사이 120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이들은 대부분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서 왔다. 특히 유엔은 “태국 매콩 지역은 인신매매와 이주민 강제 노동 및 성매매의 주요 활동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총리를 비롯한 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여성과 아이들이 모든 방식의 착취와 노예화, 폭력 및 학대로 인해 피해 받고 있다”면서, “경제적인 요인으로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가 서로 힘을 모아 더불어 살아가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 평화 위한 종교 간 대화 강조
이어 교황은 랏차보핏 사원을 방문했다. 교황은 랏차보핏 사원의 주지로 2017년 태국의 최고 불교 지도자로 선출된 쏨뎃 프라 마하 무니웡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과 만났다. 무니웡 스님은 태국에서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교황은 무니웡 스님에게 평화를 위해 가톨릭교회와 불교가 힘을 모으자고 요청했다.
교황은 “지역 간의 문화 교류뿐 아니라 전 세계 문화의 만남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갈등으로 피해 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인은 ‘희망의 씨앗’으로 형제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불교와 가톨릭 신자들은 “용기를 내서 서로 협력해 다양한 문화 화합을 이뤄 형제애를 전 세계와 나눠야 한다”면서 “이번 여정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또 “공통된 평화를 향해서 함께 나아갈 것을 한 번 더 다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불교 최고 지도자와 만났던 것을 상기시켰다. 이에 무니웡 스님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했을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서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불교 지도자는 서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뜻을 함께 하자고 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