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높여,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방문과 그 메시지에 온 일본교회가 환호했다. 교황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38년 만에 교황을 맞이한 일본 신자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응답했다. 11월 23~26일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 도쿄에서 진행된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의 모습과 그에 담긴 의미를 전한다.
■ 세계를 향한 메시지, 평화
이번 교황 사목방문의 두드러지는 메시지는 ‘평화’였다.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로 인한 피해를 입은 유일한 나라다. 교황은 11월 24일 하루 만에 나가사키의 평화공원, 26성인기념관을 방문하고, 나가사키현야구장에서 미사를 거행했을 뿐 아니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행사를 마치고 도쿄로 이동했다. 다소 무리한 일정을 진행한 것은 그만큼 핵무기를 벗어난 평화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황은 핵무기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핵무기 피해지에서 발생한 비극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교황은 나가사키에서 발표한 핵무기에 관한 메시지에서도 “핵무기금지조항을 포함해 핵무기 군비와 핵 확산 방지에 관한 주요한 국제적·법적 원칙을 따르며 지치지 않고 행동하고 호소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히로시마에서 한 연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섬광과 화염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순간은 이 나라의 역사만이 아니라 인류의 얼굴에 영원히 새겨진 것”이라고 말해, 핵무기의 피해가 일본의 것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일본주교회의 정의와평화협의회 비서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조치대학교 교수·예수회)는 “현재 동북아시아는 여전히 냉전구조가 남아있고, 극도로 불안정한 국제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교황의 핵 폐기를 향한 생각이 핵 억지력을 이유로 하는 악의 연쇄에서 빠져나갈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교황을 맞은 핵무기 피해자 중에는 한국인 피해자들도 함께 했다. 나가사키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10명이 참례했고, 히로시마의 피해자 대표단에도 2명의 재일한국인 피해자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한국인 피해자들과 함께 나가사키를 찾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심진태 합천지부장은 “한국에도 핵무기 피해자가 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국인 피해자들의 고통을 알리고, 전 세계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피해자들과 함께 교황의 방문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