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과 단순함 속에서 오직 하느님께 집중하다 32년간 농약 안 친 자연환경 숲에서 조용히 차와 산책 즐겨 그레고리오 성가로 기도하며 하느님 찬미하는 기쁨 누려 주님께 의탁하는 삶의 행복 깨닫게 되는 은총의 시간
간절히 하느님을 찾던 날이 언제였나. 매주 성당을 갔지만, 마음과 생각은 일터에 그대로 둔 상태였다. 무시무시한 감염병의 창궐에 하느님보다는 나와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일을 하는 내 안에도 하느님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8월 8~9일, 장맛비를 뚫고 경남 고성의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대수도원장 유덕현 아빠스)을 찾았다.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수도원이 공동 진행하는 ‘수도원스테이’가 이날 첫 일정에 돌입한다. 기자도 일정에 함께하며 24명의 참가자들과 침묵과 기도, 단순한 생활에 동참하기로 했다. 거짓말처럼 1박2일 동안 비도 잦아들었다. 하느님을 찾고, 그분과 화해하라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 만남 시골길을 따라갔더니 수도원 현판이 보였다. 입구로 들어서자 고깔 달린 하얀 통옷의 수도복을 입은 수사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숲 사이로 유럽식 성당이 보인다. 지상에서 만날 수 있는 성(聖)스러운 공간에 다다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도원스테이 첫 일정은 대수도원장 유덕현 아빠스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수도원 카페로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창원, 부산, 대구에서 온 이들부터 서울, 인천, 광주 등 멀리서 온 이들까지, 참가자들은 저마다 기대에 들뜬 표정이었다. 유 아빠스는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고요함 가운데 편히 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침묵 가운데 걷고 싶으면 걷고, 가만히 앉아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하십시오. 자신을 들여다보는 만큼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나는 만큼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원스테이는 지친 현대인들이 숲속의 수도원에서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누리고,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유산인 수도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성수도원은 11만 평 대지에 성당과 경당, 피정시설, 농장, 십자가의 길, 운동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넓은 자연환경 안에서 산림욕하며 산책하고 묵상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참가자들은 수도자들과 함께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에 맞춰 미사와 시간전례에 참례할 수 있다. 또 주어진 시간 동안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강의, 산책, 차 한 잔의 시간, 휴식 등에 선택 참여할 수 있다. 원하는 신자들은 주일미사 전 고해성사와 면담성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 강의 “렉시오 디비나의 해석을 ‘거룩한 독서’로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도’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렉시오 디비나는 성령과 함께 ‘말씀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매 순간 예수님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렉시오 디비나에 빠져 보십시오.” 저녁기도 전까지 강의와 산책, 휴식 등 선택 활동이 주어졌다. 유 아빠스가 진행하는 렉시오 디비나 강의에 참여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하지만, 수도승의 삶의 이정표 역시 ‘성경’이다.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을 따르는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하루 중 전례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노동과 렉시오 디비나에 집중한다. 그 중에서도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 안에 담긴 성령의 말씀을 듣는 것이 핵심이다. 2시간가량 이어진 강의 동안 유 아빠스는 참가자들과 허를 찌르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이름부터 어려운 렉시오 디비나. 막연히 어렵게만 여겨 시도조차 망설였지만, 눈높이에 맞춘 쉬운 강의를 들으며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