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자 손경윤 제르바시오
“천주교에 깊이 빠져 일상의 고질병처럼”
양근성지가 현양하고 있는 복자 손경윤(제르바시오)은 1790년 복자 최필공(토마스)에게 세례를 받았다. 이후 형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기도 했으나 열심한 신앙생활로 주문모 신부에 의해 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신자들을 위해 큰 집을 산 다음 술집으로 꾸며 밖으로는 술을 팔고 안으로는 신자들을 불러 가르치고 교리서를 베껴 나눴다.
1801년 ‘천주교 우두머리’로 밀고돼 양근(양평군 양근읍 일대), 교하(파주시 교하읍 일대), 양지(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일대) 등으로 피신하다가 가족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자수했다. 혹독한 심문에 한때 배교의 말을 했으나 형조로 이송 돼서는 굳은 신앙을 고백했다.
사형 선고를 받기 전 마지막 진술에서 그는 “일찍부터 천주교에 깊이 빠져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려워 일상 고질병처럼 됐다”면서 “천주교 때문에 여러 번 체포된 뒤에도 나라의 금지령을 무시하고 (천주교에) 빠져 마음을 바꿀 줄 몰랐고, 신자들과 같이 모여 깊게 교리를 공부했으며, 널리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