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를 뒤집는 파란을 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2007년 모든 사제들에게 장상의 승인 없이 ‘트리엔트 양식’의 라틴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내어 준 권한을 대폭 축소시켰다. 교황은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Traditionis Custodes)을 발표하고, 14년 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발표한 자의교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의 모든 주요 조항을 무효화시켰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교구장 주교들에게 누가 어떤 상황에서 이 라틴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지 승인할 권한을 준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제 각자에게 전권이 위임돼 있었다. 교황은 또 주교들에게 라틴어 미사 전례문 사용을 엄격히 제한할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결국 교황의 분명한 목적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개정된 미사경본만 사용해 미사를 드리도록 하는 것이다.
교황에 선출됐던 2013년부터 그가 이 오래된 라틴어 미사 양식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불쾌하지 않게 하고 교회 내 분열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라틴어 미사를 제한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교황은 전임자의 심기를 거슬렀고 보수파의 반발을 일으켰다.
은퇴한 전임교황의 심기는 둘째 치고, 라틴어 미사 거행을 둘러싼 교회 내 분열 양상은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전부터 심각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자의교서 「교황들」 반포 이유를 비오 10세 형제회와의 화해를 이끌고, 예전 미사를 선호하는 신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교회 내 분열만 확대시켰다. 이러한 분열은 「교황들」이 반포되자마자 바로 감지됐고, 모두가 이를 알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주교들에게 몇몇 신자들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라틴어 미사 허용을 악용해 “단체 사이의 간극을 확대시켰고 불일치를 조장해 교회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막아, 결국 교회를 분열이라는 아픔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1962년 미사 경본을 도구로 사용해 전례개혁뿐 아니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거부하려는 시도에 가슴 아프다”면서 “이들은 공의회가 교회의 전통과 ‘진정한 교회’를 배신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교황은 “현재의 자의교서(「전통의 수호자들」)에 앞서 있었던 규정과 지침, 허용, 관습을 폐지하고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반포한 전례서만이 제2차 비티칸공의회의 교령에 따르며, 유일하게(unique) 로마 전례 기도의 법칙(lex orandi)에 따르는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이번 자의교서 발표로 예전 미사 양식을 선호하는 몇몇 추기경과 주교, 사제, 전통주의자들은 마구 화를 내며 항의할 것이 뻔하다. 이들은 교회 안에서 작은 소수이지만 전임교황 아래에서 주객을 전도시킬 정도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교황은 이들을 무시해왔으며 자의교서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애썼다.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교황이 지난번 수술을 받을 때 의사들이 교황에게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