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59년 전 이 신부가 태어난 시절에서 시작된다.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언덕, 피란민들을 위해 세워진 천주교 주택 26호집에서 아홉째로 태어난 이 신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신앙의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가난한 산동네 자락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녔던 이 신부는 지저분하고 거친 모습에 모두가 가까이 가지 않는 친구에게 선뜻 다가간다. “태석이 넌 모를 거다. 배고픈 게 얼마나 참기 힘든 건지….” 친구의 한마디는 이 신부에게 처음으로 ‘부르심’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10살 소년 이태석은 가슴 깊숙이 신부가 돼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뒀다.
어린 시절 뿌려진 성소를 향한 작은 씨앗은 인간 이태석을 신부 이태석의 삶으로 이끌었다. 책은 의사를 꿈꿨던 청년 이태석이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과정, 열악한 아프리카의 선교사로 떠나 그 안에서 경험한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담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 신부는 톤즈의 처참한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된 마을에서 악취를 참지 못해 빈 들판을 향해 달음질치기도 했다. 의술만 믿고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은 이 신부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됐고, 진짜 선교사가 됐다. 삶과 신앙의 좌절을 극복하고 오롯이 자신을 봉헌한 한 사제의 삶. 이 작가는 이 신부의 일생을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그가 보여준 사랑의 의미를 깊이 새기도록 안내한다.
이 작가는 “이태석 신부님은 그리스도가 보여준 사랑을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실천하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 사제였다”며 “인세 전액을 (사)수단어린이장학회에 기부하는 만큼 이 신부가 추구한 사랑 나누기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