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한국교회의 고령화와 고령 문제를 특별한 현상으로 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전국 모든 교구가 초고령 교구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성소자의 급감도 두드러지고 코로나19로 멈춰선 성사생활의 회복도 상당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4월 26일 발표한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1」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황을 살펴본다.
■ 초고령 한국교회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한국교회 신자 수는 593만8045명으로 전년 대비 0.2%(1만4745명) 늘어났다. 한국 총인구 5273만2700명의 11.3%에 해당하는 수다. 그중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전년 대비 1.0%p 증가해 23.0%에 달했다.
UN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한국교회는 2019년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5%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초고령 교회에 진입했다. 그동안은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 미만인 교구들도 있었지만, 2020년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지 않았던 수원교구가 2021년 20.3%가 되면서 전국 모든 교구가 초고령 교구가 됐다.
신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64세(9.8%)이며, 이어서 50~54세(9.0%), 55~59세(8.8%)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인구 대비 신자 비율도 고령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0~4세 2.0%에서 20~24세 9.2%까지 점차 높아지다 25~59세 사이에서는 11~12%대를 유지하는 반면, 60~64세에서 14.1%로 오르면서 65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14% 이상의 비율을 보였다. 10년 전인 2011년 통계와 비교했을 때 54세 이하 전 구간의 신자 비율이 10년 전보다 낮고, 특히 15~19세 신자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 성소자 감소
고령화 추세는 성직자 수에서도 크게 드러났다. 한국의 성직자(부제 제외)는 추기경 1명을 포함한 주교 41명과 신부 5585명으로 총 5626명이다.
교구 신부의 연령별 분포를 2012년과 비교하면 2012년 30~34세가 15.3%, 65세 이상이 9.4%였던 반면, 2021년에는 30~34세가 9.4%, 65세 이상이 15.9%로 나타났다. 30~34세와 65세 이상의 비율이 뒤집힌 것이다. 또 2012년에는 30대가 32.3%였으나 해마다 젊은 신부 비율이 줄어 2021년 현재 30대 신부 비율은 19.5%다. 교구 신부 중 원로 사목자의 비율은 전년 대비 0.4p 증가해 10.1%다.
2021년 교구 사제서품자는 93명으로, 전년보다 4명이 감소했다. 교구 사제서품자 수는 지난 10년간 매년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 2020년 처음으로 100명 이하가 됐고, 2021년 서품자 수는 지난 10년 중 가장 적은 수였다.
성소자의 감소로 앞으로도 서품자의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신학생 수는 교구 883명, 수도회 254명이다. 교구의 신학생 수는 계속 감소 추세로, 10년 전인 2011년 1317명보다 28.4%가 감소했다.
수도 성소 감소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인다. 2021년 수도회 수련자는 총 291명으로 남자 47명, 여자는 244명이다. 남자 수련자 수는 전년 대비 29.9%(-20명) 감소했고, 전년도 증가세를 보였던 여자 수련자 비율은 다시 감소해 전년 대비 9.0%(-24명) 줄었다. 남녀 모두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특히 최근 2년간 남자 수련자의 감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 정체된 성사, 더딘 회복
2021년 신자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성사가 중단됐던 2020년보다 0.1%p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증가율 0.8%에 비하면 1/4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영세자 수는 3만6540명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지만, 이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영세자 수 8만103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다.
다만 2020년 가장 감소폭이 컸던 유아세례는 2021년 9710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65.6%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아세례는 전체 세례자 가운데 26.6%를 차지해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주일미사 참례자는 52만1859명으로, 전체 신자 수 대비 8.8%가 미사에 참례했다.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0」에서는 코로나19로 주일미사가 중단되는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수를 산출하기 어려워 주일미사 참례자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추세 파악과 연구를 위해 별도로 각 교구에 요청해 통계를 작성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통계와 비교했을 때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주일미사가 중단됐던 2020년에 비해서도 9.7% 줄었고, 참례율도 1.5%p 감소했다.
부활 판공성사 참여자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55만7872명이고, 성탄 판공성사 참여자는 전년 대비 78%가 증가한 55만4845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전 판공성사 참여자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부활 판공 56.1%, 성탄 판공 57.2%) 교회 혼인 건수는 전년도보다 6.4% 증가해 총 8419건(성사혼 3518건, 관면혼 4901건)이었으나 큰 폭의 감소세는 여전했다.
다른 성사 활동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1년 견진성사를 받은 이의 수는 2만5196명, 병자성사는 1만2155명, 영성체는 4325만8655명, 고해성사는 200만54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을 기준으로 하면 견진성사는 61.0%, 병자성사 57.5%, 영성체 49.1%, 고해성사 52.7%에 불과하다.
다만 첫영성체자는 3만5247명으로 전년 대비 311.7% 증가했고, 지난 10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2020년 첫영성체를 미룬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첫영성체를 받은 영향으로 보인다.
신앙 교육 참여자 수는 혼인강좌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도 채 회복하지 못했다. 2019년 대비 혼인 강좌(59.3%)는 가장 높은 회복률을 보였고, 성령 쇄신 운동 (3.3%), 피정(9.2%)이 가장 낮은 회복률을 보였다.
주일학교도 2019년 대비 증감률이 초등부 -36.2%, 중고등부 -25.4%, 고등부 –11.3%로 나타났다.
교회 사회사업 기관은 전년 대비 총 63개가 감소했다. 아동·청소년 복지 34개, 노인 복지 13개, 노숙인 복지 9개 감소했고, 반면 의료 복지 12개, 장애인 복지 4개, 상담 분야 2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