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들을 가톨릭으로 이끈 교회 첫 인준 발현지
전쟁 중 세 아이에게 나타나 세계 평화 위한 기도 당부
연간 400만 명 찾는 피레네 산맥의 작은 마을
성모님의 3가지 신원 밝히며 33번에 걸쳐 모습 드러내
성모 성월인 5월. 봄 내음 한껏 맡으며 성모님의 발자취를 따르기 바쁜 시기다. 국내는 물론 오랫동안 준비한 해외 성지순례를 떠날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어느덧 3년째 코로나19라는 벽에 갇혀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는 일은 쉽사리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성모님의 향기를 다시 맡는 날을 고대하며, 가톨릭신문 투어(cttour.org)와 함께 대표적인 성모 발현지를 지면으로 알아본다.
■ 멕시코 과달루페
멕시코 멕시코시티국제공항에서 약 1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과달루페 성모 성지는 교회가 공인한 첫 성모 발현지다.
대부분의 성모 발현은 성모님이 발현한 지명을 대표적인 이름으로 사용하지만, 과달루페는 성모님이 발현한 지명은 아니다. 멕시코시티 테페약 산에서 발현한 성모님은 자신을 ‘과달루페의 영원하신 동정 마리아’로 부르길 원했다. 과달루페는 ‘뱀을 물리친 여인’이라는 뜻이다.
과달루페 성모님은 스페인이 멕시코를 정복한 지 10년이 지난 1531년 12월 6일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했다. 성모님은 디에고에게 테페약 산에 성당을 지으면, 멕시코 땅 모든 백성들의 아픔과 불안, 슬픔을 위로해주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겠다고 전했다. 이후 성모님은 디에고와 그의 삼촌에게 네 번 더 발현했다. 디에고는 2002년 7월 31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과달루페의 성모 발현 후 멕시코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발현 당시 멕시코인 800만 명이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지금도 여전히 멕시코인들의 신앙을 지켜주고 있다. 과달루페의 성모님은 1754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에 의해 멕시코 주보성인으로 승인됐다.
■ 포르투갈 파티마
파티마는 포르투갈 리스본 북쪽 141㎞ 지점에 있는 작은 도시다. 1917년 5월 13일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루치아 세 어린이에게 나타나신 성모님의 발현 이후 이곳을 찾는 국내외 순례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는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인 2017년 5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성됐고, 루치아는 가르멜회 수녀가 돼 2005년 선종,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됐다. 파티마에는 성모 발현의 기적을 기념해 세운 성모 마리아 발현 성당과 바실리카가 있다.
파티마에서의 성모 발현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 때인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까지 일어났다. 성모님은 언덕에서 양을 돌보던 세 어린이 앞에 나타나 앞으로 5개월 동안 매월 13일 이곳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성모님은 그 기간 동안 여섯 차례 발현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확인됐으며 1930년 10월 13일 레이리아교구장 코레이아 주교가 공인했다. 1953년 대성당이 건립됐고 파티마는 프랑스 루르드와 함께 주요 성모 발현 성지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
■ 프랑스 루르드
프랑스 남쪽 스페인과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의 산록에 위치하고 있는 루르드는 1858년 2월 11일 이후 18차례에 걸쳐 성모님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하며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베르나데트는 원죄 없이 잉태된 성모 발현을 경험한 성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모님은 1858년 14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해 회개하고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당부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베르나데트의 성모 발현 증언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정신병자로 여겼다. 하지만 성모님이 발현한 곳에서 여러 기적들이 일어나자 그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교회는 1862년 루르드에서 일어난 성모 발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베르나데트는 1933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가브강이 흐르고 그 중간에는 살레섬이 있어서 강물을 두 갈래로 나누고 있지만, 다시 합류되는 곳에 큰 절벽이 있고 그 가운데 ‘마사비엘’이라고 부르는 동굴이 있다. 이곳이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곳이다. 루르드는 이스라엘 성지를 제외하고 현대에 가장 유명한 순례지로 꼽히고 있으며, 해마다 순례자가 늘어나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연중 4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루르드를 찾았다.
■ 벨기에 보랭
비교적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보랭은 벨기에 남부에 위치한 작은 지역이다. 1932년 성모 발현 당시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했으며 주민의 반 이상이 공산주의 사상에 현혹돼 신앙을 버리고 냉담하고 있었다.
성모님께서는 1932년 11월 29일에 처음 발현하셨고, 마지막으로 발현한 것은 1933년 1월 3일이었다. 성모님께서는 모두 33번 보랭에서 발현하셨다. 발현의 목격자는 브와젱 집안의 페르낭드, 질베르트, 알베르와 드젬브르 집안의 앙드레, 질베르트 등 5명의 아이들이다.
보랭에 발현한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된 마리아’, ‘천주의 어머니’, ‘하늘의 여왕’이라는 자신의 3가지 신원을 밝혔다. 또한 발현을 목격한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 것과 죄인들의 회개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발현 첫해에 순례자가 200만 명을 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랭을 순례하면서 고해성사를 받았다. 그들 중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있던 교우들이 회개하고 다시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많았다. 1949년 7월 2일 교회는 발현을 공적으로 인정했다.
보랭성지는 발현 기간 중에 있는 성모 축일인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과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특별하게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