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마을에 뿌려진 신앙의 씨앗, 싹을 틔우다
서지마을은 최해성뿐 아니라 복자 최 비르지타, 그리고 병인박해 때 순교한 박 요한 사도의 아내 최 필로메나 등이 신앙의 삶을 이어간 곳이다. 또한 원주본당(현 원동본당)의 리굴로 신부는 1898년 쓴 편지에서 서지마을에 사는 김씨 성을 가진 교리교사가 신앙 때문에 고초를 당했다고 전하고 있다. 최해성이 서지마을에 정착한 이후에도 1800년대 말까지 이곳에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모진 박해를 피해 집과 논, 밭을 버리고 산속 깊은 서지마을로 숨어들었던 신자들. 비록 생활은 곤궁했지만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마음 편히 기도할 수 있었기에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서지마을은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역사적인 공간이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이에 원주교구는 지난해 8월 서지마을 성역화 추진을 계획했다. 그러던 중 서지마을에 살던 부론본당의 한 신자가 자신이 살던 집과 땅을 교구에 기증하며 서지마을 성역화에 힘을 실었다. 또한 원주시와 제천시, 횡성군이 공동으로 서지마을이 포함된 관광 순례길 조성을 계획함에 따라, 2023년 이곳에 ‘최해성 요한 순교자 기념관’이 세워질 예정이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손비로 330-1에 위치한 서지마을은 새 단장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현재는 가정집과 미사를 위해 앞마당에 세운 천막이 전부이지만,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미사를 봉헌하며 신자들은 이곳에서 신앙을 이어온 선조들을 기억하고 있다.
부론본당 주임 겸 서지마을 주임인 이우갑(베드로) 신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서지마을 성역화는 다른 무엇보다 그곳에 살았던 신앙선조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한 것이고, 특히 순교 복자들이 품고 살았던 하느님 앞에서의 온전한 비움과 헌신, 그 사랑을 배워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그리고 욕심을 버리고 비움을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성지로 조성될 수 있도록 많은 교우분들의 관심과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