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고상, 묵주, 성모 패 등 다양한 성물 쓰이다
1865년 베르뇌 주교가 알브랑 신부에게 보낸 물품 목록은 조선시대 신자들의 신심함양을 도왔던 성물에 대해 알 수 있다.
흑단목에 구리 십자가를 박아 넣은 십자고상, 묵주에 매다는 구리로 된 십자고상, 은제 십자고상, 칠고의 성모 패, 기적의 성모 패, 야자수 열매로 만든 묵주, 그리고 예수님과 성모님, 성인 상본 3000장을 보내달라고 베르뇌 주교는 요청했다.
1784년 한국교회가 창설된 직후 성모신심이 자발적으로 함양되면서 묵주가 신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유통됐다.
프랑스 선교사 앵베르 주교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리를 가르치면서 묵주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전해지며, 최양업의 서한에 드러나듯 신자들이 직접 묵주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복자 윤운혜(루치아)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상본을 그리거나 나무로 묵주를 제작했고, 교회 서적들을 베껴서 교우들에게 팔거나 나눠 줬다. 복자 정순매(바르바라) 역시 오빠인 복자 정광수(바르나바)와 복자 윤운혜 부부를 도와 교회 서적과 성물을 신자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담당했다고 전해진다. 포졸들이 들이닥쳐 자신의 몸을 숨기기도 급박한 상황에도 신자들은 교리 책과 성물을 먼저 숨겼다. 베르뇌 주교는 1864년 8월 22일 베롤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포도청에서 저를 체포한다는 소문이 돌자 교우들은 책과 묵주와 상본들을 전부 땅속에 묻었으며 많은 이들이 집을 비우고 피신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