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해 ‘용기’ 내세요” 카페 베네인 리모델링해 생태적 삶 실천하도록 도와
최근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숍’(Zero Waste Shop)이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 ‘0’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매장이다. 최근 대구에도 교회가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 문을 열었다.
“용기 내세요, 할인받아요.” 지역 젊은이들이 자주 오고가는 대구 동성로의 공평동 카페 거리. 이곳에 자리한 ‘카페 베네인–제로웨이스트숍’(이하 베네인)을 담당하는 이정희 수녀(로제·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가 고객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용기는 씩씩한 ‘용기’(勇氣)가 아니라 물건을 담는 ‘용기’(容器)를 말한다. 베네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용기가 없다. 대신 고객이 직접 가져온 용기에 음료를 담아준다.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포장 고객에게는 다회용 용기를 빌려준다. 1층에 베네인이 자리한 이곳은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공평동 분원이다. 1952년부터 무료시약소 등의 역할을 해왔던 이곳은 2014년부터 1층 카페 베네인과 2층 경당 등 지친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고 힐링이 되어주는 청년센터로 꾸며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녀회는 시급해진 생태 문제를 고려해 1층 카페를 ‘제로웨이스트숍’ 기능 중심으로 리모델링해 7월 9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베네인에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보기 힘들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튜브에 든 치약 대신 고체치약이 있다. 한쪽 공간에는 아담한 나무에 천연수세미가 걸려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수세미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들이다. 샴푸와 로션, 차, 곡물 등도 필요한 만큼만 용기에 담아가는 ‘리필스테이션’ 방식으로 판매한다. 제품들은 가급적 국산 제품, 그중에서도 지역 제품을 판매한다.
이 수녀는 “베네인은 판매 목적이 아니라 삶을 바꾸도록 돕는 곳”이라며 “고객이 여기에 와서 마음 편하게 둘러보고 차를 마시며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우는 그런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네인은 워크숍 등 환경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베네인은 수요일에서 주일까지 오후 12시30분~8시 운영한다. 월·화요일은 휴무.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