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가페] 「아가페」의 意味(의미)

申태민(言論人)
입력일 2023-08-09 15:17:33 수정일 2023-08-09 15:17:33 발행일 1967-10-15 제 58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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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 무너지자 그가 있던 1백25m 및 배수장은 코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주검처럼 갈린 곳이었다. 그는 두시간 남짓 손을 더듬어 끊어진 전화줄을 이어 전등을 켜고 전화를 소통케 했다. 해병대 유격대 출신으로서의 주도세밀하고도 침착한 그의 면모가 엿보인다. 구봉관산에서 일어난 양창선씨의 매몰사건은 사람마다 가지가지의 교훈을 주었다.

『3·4일 후에야 구출될 듯 하다』는 추측보도가 매일처럼 되풀이 될 때마다 신문을 찢기도 하고 「라디오」를 끄기도 하면서 우리들은 속상해했다.

「생명이 존엄성」을 최대한으로 포교(布敎)한 광부사건이기도 했다.

5·60명의 보도진이 몰렸다. 청진기를 둘러메고 현장으로 달려간 의사며 광부가족들에게 성경말씀을 들려주는 목사며 목탁을 들고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러 현장에 간 스님이며, 생매장 될지도 모를 땅굴 속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웅적으로 오르내리면서 양창선씨를 구하려한 동료광부들이며 한결같이 「사랑」 전선에 나선 거룩한 모습이다.

구출현장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있을 때 양씨는 J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천주교라도 믿고 싶다』는 의사를 발표했다. 그다음날 가족들은 불공을 드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는 본인의 희망대로 그같은 북새통에 끼어들어 전화로 전교할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스님이나 목사님의 「사랑의 손길」을 경솔한 것으로 관조하는 「곡해된 가톨리시즘」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것이다.

「아가페」란 「사랑」이란 희랍말이다.

요즘에 와서는 「형제애」 또는 「괴로워하는 자」 「아파하는 자」 「가난한 자」를 돕는 「사랑」으로 뜻이 좁혀진 듯 하다. 마음 속에만 「사랑」을 간직하기 보다는 사랑의 「손길」이 구체화 되어 뻗쳐져야 할 것이 아닌가? 성모병원의 서 박사가 전화진찰한 일이나 몇본당에서 구호금을 내놓은 정도로라도 「가톨릭의 아가페」가 적용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양창선씨의 구출은 「아가페」의 승리라고도 말하고 싶다.

申태민(言論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