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수술 후 병실에 누워 치료 중인 파키스탄인 로산(Roshan·40)씨. 아무리 환자라 해도, 그의 표정에서 희망은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도 혀를 끌끌 찼다. 그를 돌보던 간호사는 “저렇게 아픈 데다 가족의 생사마저 모르기 때문”이라며 “살려는 의지를 찾지 못할까봐 무척 걱정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하던 로산씨는 지난해 8월 갑작스런 두통으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을 찾아왔다. 진통제로 겨우 버텼지만, 수차례 구토하고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응급실로 온 로산씨는 도착하자마자 의식을 잃고 말았다.
진단은 뇌종양의 일종인 뇌 핍지교종(Oligodendroglioma)과 뇌내출혈. 복잡하고 힘든 수술을 거쳐 중환자실에서 한동안 지냈던 로산씨는 이제 일반병실에서 추가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호흡을 위해 기관내삽관을 하고 있으며, 코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로산씨는 침상에서 누워만 지내고 있다.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의사소통만 가능하다. 본인 고통에 더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는 숨을 쉴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지난해 8월경 발생한 파키스탄 대홍수 이후, 로산씨는 가족과 연락이 끊어졌다. 당시 대홍수로 파키스탄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700여 명이 숨졌다. 800만 명가량은 집을 잃었다. 가족도 피해를 입었을 확률이 높다. 로산씨 지인들이 수소문하며 가족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로산씨는 급여를 받으면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파키스탄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왔다. 그에게는 아내와 10살 아들, 8살 딸이 삶의 전부다. 그러나 앞으로 퇴원을 하더라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에 로산씨는 깊은 절망에 빠져 버렸다.
그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것은 억 단위로 불어나 버린 치료비다. 당분간은 계속 치료가 필요해 치료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치료비가 밀려 병원을 옮기는 시도조차 어렵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로산씨를 본국으로 돌려보낼 방법도 고려해 봤다.
그러나 장시간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진단으로 손 쓸 도리가 없다.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 다시 만나지 않는 한, 그를 다시 살아나게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의 삶에 숨을 불어넣어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원목 이상현(베드로) 신부는 “대홍수로 인해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환자는 더욱 고통스러워한다”며 “병마와 재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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