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산교구 창원 가음동본당, 재건축조합과 ‘상생 발전 협약’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23-10-31 수정일 2023-10-31 발행일 2023-11-05 제 336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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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모습 변해도 우리가 이웃임은 변함없습니다”
보상 문제 극복 후 화합 다짐

10월 29일 ‘상생 발전 협약식’에서 주임 이창섭 신부(가운데)와 본당 재건축위원, 재건축조합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음동본당 제공

10월 29일 마산교구 창원 가음동본당(주임 이창섭 아우구스티노 신부) 교중미사에서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가음4구역 재건축조합 대표 6명도 이날 행사를 위해 본당을 찾았다. 이들이 참석한 행사는 ‘상생 발전 협약식’. 재건축조합 대표들은 미사 중 제대 앞으로 나가 ‘상생 발전 공동 협약서’에 서명을 하며 본당과의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재건축 구역 한가운데에 위치한 본당은 신축 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재건축조합은 보상금으로 5억여 원을 제시해 왔다. 성당을 새로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올 3월 재건축조합이 성당 건물을 조합 측에 매도하라는 청구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본당과 재건축조합의 관계는 악화돼 갔다.

재건축조합 상임이사 공재국(프란치스코)씨는 “보상금 문제로 본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26년간 다닌 성당에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합과 성당 대표들이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협상을 이어나갔는데, 초반엔 양측 입장차가 커서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참여했었다”고 전했다.

본당이 신축 이전을 위해 산출한 공사비는 76억여 원이었다. 현재 규모의 성당을 새로 지어야 했고, 지하 2층 규모의 주차장도 반드시 필요했다. 본당은 재건축위원회를 꾸려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산출한 공사비의 타당성을 알리며 재건축조합을 설득해 나갔다. 보상금으로 부족한 비용을 모금을 통해 채울 계획임도 알렸다.

그리고 올 7월, 마침내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재건축조합측이 본당이 요청한 금액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보상금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본당 신축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시기에 주임 이창섭 신부가 ‘상생 발전 협약식’을 제안했다.

이 신부는 “아파트와 성당은 공존하며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이”라면서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가는 이 시기에 양측이 모여 화합을 다짐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새 성당 또한 ‘상생’에 초점을 맞춰 설계 중이다. 이 신부는 “아파트 공원을 걷는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성당 마당을 개방하고 담장은 최소한으로 하는 등 아파트와 성당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성당을 지을 것”이라며 “재건축 과정에서 공동체 결속력이 약해지는 경우도 많지만, 이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해 입주민과 본당 공동체가 잘 어울려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