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히데아키 지음/강혜정 옮김/192쪽/1만3000원/생활성서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방을 휩쓴 지진과 쓰나미가 후쿠시마현을 덮친 사건은 친환경, 저렴한 발전 비용을 자랑하며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혔던 핵발전이 절대 안전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지진 해일은 비상용 화력발전소가 침수돼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할 수 없게 만들었고, 핵연료 반응으로 생성된 수소가 격납 용기 내에 가득 차 결국 압력 파괴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방사능이 대기로 유출되는 재난이 발생했다.
이 사고 후 일본 정부는 가동 중이던 핵발전소를 모두 정지시켰으나, 정권이 바뀌며 전력 회사가 경제적 이유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려 했다.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은 핵발전소 운전 금지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당시 2014년 5월 후쿠이 지방 재판소에서 오이 핵발전소의 운전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린 히구치 히데아키 재판장에 대한 이야기다. 오이 핵발전소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된 핵발전소 중 가장 먼저 재가동을 시작했던 곳이어서, 이 판결은 상당한 충격을 가져왔다. 히데아키 재판장이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판결의 근거는 핵발전의 위험성이 안전성과 신뢰성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핵발전소의 운전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모두에게 핵발전의 실제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히데아키씨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재판관 자신이 스스로 관여한 사건을 논평하지 않는 것이 재판소의 전통이라는 점에서, 전통을 깨면서까지 핵발전소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핵발전의 위험성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1장 ‘왜 원전을 당장 멈춰야 하는가?’를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개요와 피해 상황 등을 알리고 2장 ‘원전 추진 세력의 변명’에서는 핵발전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다양한 주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3장 ‘책임에 대하여’에서 우리의 책임에 대해 말한다. 아울러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돕는 표와 이미지 그리고 부록을 통해 핵발전의 위험성을 밝힌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최근 3차 방류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위협이 될 것이 자명하다.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추천사를 통해 “핵발전소는 인간의 기술과 역량으로 제어하고 통제할 수 없는 괴물과 같은 존재”라며 “우리 후손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방사능으로 오염된 재앙의 땅으로 물려줄 수는 없다”고 일독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