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3) 대전성모초등학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11-07 수정일 2023-11-10 발행일 2023-11-12 제 336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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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안에서 꿈과 인성 키우는 아이들 “학교는 즐거운 놀이터”
학문적·영적 잠재력 일깨워
정의롭고 유능한 인재 양성
예체능 교육으로 성취감 높여

대전성모초등학교 전경.

11월 1일 찾은 대전성모초등학교(교장 이계현 마리아 수녀, 이하 대전성모초) 수업시간. 한 반에서는 아이들이 영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고, 다른 반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연습이 한창이다. 동양화 수업 중인 아이들의 그림에는 가지각색 개성이 담겨있다. 칠판과 책상만 보고 공부하기보다 친구, 선생님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학교 안에서 꿈을 찾고 있는 아이들. 혹여 학교를 처음 방문한 외부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까 싶어 아이들에게 묻자 “학교는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터”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열심히 놀고 부딪치며 나를 찾아가야 하는 시기, 대전성모초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 주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은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대전성모초의 교육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 세상의 빛과 소금 되는 인간 양성

예수수도회 창립자인 메리 워드 수녀(Mary Ward·1585~1645)는 여성들도 교회 안에서 합당한 지위를 갖고 일할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선구자였다. 이후 메리 워드 수녀는 소녀들 교육에 매진했다. 이후 그가 강조한 여성 평등 교육 정신은 한국까지 전파됐다. 1964년 한국에 진출한 예수수도회는 1966년 대전성모초등학교, 1969년 대전성모여자고등학교를 차례로 세웠다. 여자 어린이들만 모집했던 대전성모초는 지역 사회의 요구에 따라 1970년부터 남녀 공학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성모초의 건학 이념은 ‘가톨릭정신을 바탕으로 삶의 현실을 복음의 빛으로 보고 이해하며 어린이 개개인의 학문적, 신체적, 사회적, 영적 잠재력을 계발해 정의롭고 유능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린다’이다.

아울러 감사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어린이, 자기를 다스리는 건강한 어린이, 스스로 탐구하는 창의적인 어린이, 개성을 키우며 소질을 발휘하는 어린이, 새로운 지식·정보를 활용하는 어린이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대전성모초 교장 이계현 수녀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저희 학교의 목표”라며 “따라서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선하고 올바른 양심을 찾는 인성지도,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 의식 함양이 가장 중요한 교육방향”이라고 전했다.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대전성모초등학교 학생들. 학교는 인성함양을 위해 하루 20분씩 악기를 배운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성모예술제에서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하는 학생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동양화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 예체능 교육은 인성함양의 토대

대전성모초는 자녀가 사회성과 인성을 골고루 배우길 원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체육대회, 성악 경연대회, 영어·중국어·스키캠프, 독서 페스티벌, 기악 경연대회, 미술대회, 성모정기연주회, 연극발표회 등 학생들이 1년 동안 참여하는 활동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입학 후 1년간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우고 학년이 올라가면 가야금이나 다른 악기들을 선택해 학습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교실만큼 특별실도 많다. 수영장을 비롯해 음악실, 영어실, 미술실, 과학실, 컴퓨터실에서 실습을 진행하고 강당과 공연장에서는 각종 연주회와 발표회를 개최한다.

대전성모초가 예체능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서다. 이계현 수녀는 “악기나 연극을 배우는 것은 모두 공동체 작업”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동심과 함께 감수성을 키울 수 있고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를 통해 자기 성취감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성모초 5학년 박은솔(율리아)양은 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우며 친구들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박양은 “초등학교에 와서 처음 악기를 배웠는데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며 “가야금을 켤 때 다른 사람 소리를 잘 들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영역이 골고루 발달하는 전인적인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성모8품도 운영하고 있다. 체력품, 정보품, 예능품, 국제품, 독서품, 학력품을 비롯해 인성과 봉사정신을 평가하는 인성품과 봉사품도 갖추고 있다. 각 품을 평가한 결과 5품을 획득하면 연말에 전인상을 수여한다.

영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연과 나의 소중함을 배우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매년 두 차례 산내들 배움터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 나와 세상 알며 성장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하는 교내 활동이 많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소홀해 질 수 있다. 대전성모초는 아이들이 매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소중한 나’라는 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월간, 주간, 일일 생활계획을 세우고, 실천정도를 체크, 감사한 일을 적는 노트는 이름처럼 소중하게 아이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또한 한 주에 한 번 감사 일기를 쓰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전성모초 학생들은 가장 좋아하는 활동으로 산내들 배움터 체험을 꼽았다. 전라북도 완주군 대둔산 인근에 분교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산내들 배움터는 매년 2회가량 학년별로 방문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수련장이 아닌 학교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시설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년 별로 다양한 주제로 체험을 진행한다. 1학년은 자기의 소중함을 배우고, 2학년부터는 친구의 소중함, 공동체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6학년은 자연에서 뛰놀며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5학년 김주하(크리스티나)양은 “산내들 배움터에서 매년 자연 속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면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성취감과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또래보다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대전성모초 생활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전해진 말은 “행복과 기쁨”이었다.

“성모초등학교는 화분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좋은 씨앗을 심어서 건강한 어른으로 열매 맺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5학년 나예성)

“학원에서 숙제가 많아서 하기 싫었는데, 내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 생각을 하며 숙제를 다 했어요. 성모초등학교는 저를 응원해주는 응원단 같아요.”(5학년 오주성 요한 사도)

“원래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학교에서 악기를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성격이 활발해져서 반대표도 하게 됐어요. 학교는 제게 너무나 즐거운 놀이터입니다.”(5학년 김민찬 요한 사도)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