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사무엘) 작가의 신작이다. 그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붙잡은 한 줄의 라틴어 문장, 한 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틴어 잠언집이면서 작가의 뜨거운 고백록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운 새벽의 문장, 사람이 던진 비수에 피 흘릴 때 읽어야 할 치유의 문장 등 7개 주제로 나눠 자신의 인생 등대로 삼은 라틴어 문장들을 살아온 시절과 엮어서 전한다. 홀로 로마 유학길에 올라 합격률이 5~6%밖에 안 되는 교황청 공소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 앞서 어린 시절 가슴에 깃든 큰 꿈을 키우기엔 집안 형편과 부모님 경제력이 압박을 가할 때, 2021년 생의 목표이자 전부였던 사제직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도 그는 기도처럼 잠언처럼 라틴어 문장들을 되뇌었다.
이런 인생사를 털어놓으며 작가는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Vexatio storia fiat)라는 말처럼 절망의 한복판에서 눈뜨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또 로마 유학에서 어렵게 공부했던 경험을 밝히며 시험지를 앞에 두고 늘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을 위한 문장도 소개한다. 바로 ‘당신 인생의 첫 문장은 무엇입니까?’(Quid est prima sententia invita tua?)이다.
그는 유학 시절 논술형 시험들 앞에 눈앞이 캄캄해질 때마다, 무조건 글을 여는 첫 문장만 어떻게든 써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 첫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부르고, 계속해서 글이 풀려나오는 체험을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낄 때 ‘내 인생의 첫 문장과 화두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 된다고 권한다.
라틴어 원문과 발음, 한국어 뜻풀이와 함께 해설과 에세이가 덧붙여져 삶과 언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