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승인 「간청하는 믿음」 동성 간 결합 축복 가능 발표 “전통적 혼인 의미 확장” 평가
필리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가톨릭 활동가들이 교황청에서 12월 18일 발표한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을 환영하고 나섰다. 필리핀 주교회의 또한 「간청하는 믿음」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뉴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은 「간청하는 믿음」을 통해 공식적인 전례에 의해 축복하지 않고, 가톨릭교회의 혼인에 대한 가르침에 혼란을 주지 않는 조건으로 동성 간 결합을 축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타클로반에 위치한 성소수자(LGBTQ) 인권단체 회원인 지오 코스투나(23)는 “교황청 선언은 성소수자들의 요구를 인식하고 발전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성소수자로서 동성 간 결합을 원하는 이들의 지위를 인정해 준 이번 선언이 향후 보다 포용적인 교회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 공동체의 요청들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조치는 멋진 발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교육을 담당하면서 자신도 성소수자인 한 활동가는 “교황청 선언은 성정체성과 윤리, 전통과 관련된 오랜 논쟁에 대한 교회의 수용과 이해를 보여 준다”며 “이번 조치는 진보하는 사회적 기준에 대해 민주적이고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열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기준들은 우리를 교조적이고 배타적인 고정관념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청하는 믿음」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리핀 팔로 지역 성소수자 공동체 소속인 웬델 아스트레로(48)는 “교회가 안전한 쪽(safe side)에서 움직였다”며 전통적 교리에 변화를 주지 않은 점에는 간접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필리핀교회는 「간청하는 믿음」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이번 교황청 선언이 나오기 전에도 고해성사 형식 안에서 동성애자들을 축복해 오고 있었다는 구속주회 페르데리스 바콩 칸틸러 신부는 “교황청 선언이 성소수자 축복 기준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더 많은 동성애자들이 교회에 자신들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파블로 비르질리오 다비드 주교는 이번 교황청 선언을 접하고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내용이 분명한 교황청 선언은 교회의 혼인 교리에 사목적인 축복의 의미를 부가함으로써 전통적인 혼인의 의미를 보다 넓고 풍성하게 확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U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