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과학과 기술의 진보, 평화를 위한 길 돼야

입력일 2023-12-26 수정일 2023-12-26 발행일 2024-01-01 제 337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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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8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했고, 이후 전 세계 교회는 매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평화의 의미가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를 ‘인공 지능과 평화’로 정했다. 평화와 인공 지능의 연관성에 대해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은 새로운 정보 기술 특히 디지털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을 제기했다. 교황은 온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과 분쟁을 심화시키는 기술 발전은 결코 참다운 발전으로 여길 수 없으며, 디지털 발전이 정의에 맞갖게 이뤄져야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황은 인공 지능의 무기화를 비롯해, 이른바 치명적 자율 무기 체계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에 대해 우려했다. 인공 지능이 도덕적 판단과 윤리적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교황은 농업과 교육, 문화 등에서 중요한 혁신을 불러오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인공 지능이 온전한 인간 발전을 증진하는 데에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인공 지능을 통해 인류의 형제애와 평화에 기여하는 것은 인류 가족 전체의 책임이다. 부디 인공 지능을 비롯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평화의 길을 여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 디지털 혁명이 주는 선익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에게 연대와 정의, 평화를 물려줄 수 있길 다함께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