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몸으로 드리는 기도… 하느님 초대에 응하는 것”
학장 그만둔 뒤에도 봉사
고령이지만 남들보다 앞장
궂은 일에도 팔 걷어붙여
일선 본당 노인사목 현장에서 꼽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봉사자 인력 부족이다. 또 한 가지는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서울 세검정본당 김경순(마리아·72)씨는 6년여 동안 봉사한 본당 시니어 아카데미 학장직을 내려놓고도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하며 봉사에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봉사는 몸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그분들이 하느님 안에서 노후를 잘 보내실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장 볼 때 차량 봉사와 음식 만들 때 옆에서 일손을 돕는 것만으로도 봉사자들의 힘을 덜어 줄 듯해서 식사 봉사에 나섰다”는 그는 “올해도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학장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식사 봉사자 인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을 겪었다. 학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어르신들 식사 준비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런 시니어 아카데미의 상황과 봉사자들의 노고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김씨가 어르신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투석이 필요한 시어머니를 15년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모시고 다녔던 그는 투석 중에 며느리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던 시어머니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임종 준비를 도우며 선종 기도를 하던 기억이 있다.
“시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은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봉사자로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고 마침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봉사 요청이 왔다”며 “주님께서 초대해 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어르신 봉사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때를 “아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시니어 아카데미 밥이 맛있다는 분들께 밥을 지어 방문하며 용기와 위로를 드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양보심이 없거나 대접받으려는 권위의식,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등을 가진 어르신을 마주할 때는 어려움도 느낀다. 그럴 때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것이 70년 걸렸다”고 하신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말씀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미 초고령화 지수를 넘긴 한국교회에서 노인사목은 ‘노년의 삶이 하느님의 선물이고 중요한 시기임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김씨.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고귀함을 자각하면서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이나 다양한 프로그램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지난 12월 12일 봉헌된 가톨릭 서울 시니어 아카데미 교사의 날 감사미사를 예로 들며 “시니어 아카데미 봉사자들에 대한 교회의 격려는 어르신을 돕는 봉사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루카복음 19장 34절 “주님께서 필요하시답니다”를 신앙인으로서의 좌우명이라고 밝힌 그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된다면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