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작은 형제회 노인전문요양원 ‘프란치스코의 집’ 직원들의 뜻깊은 세례식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24-01-02 수정일 2024-01-02 발행일 2024-01-07 제 337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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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만난 하느님… 당신 자녀 되도록 이끄셨죠”
신자 비율은 절반도 안 되지만
훈훈한 직장 분위기 조성하며
솔선수범한 신자들이 큰 역할

지난해 12월 25일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열린 세례식에서 작은 형제회 이상철 신부(오른쪽)가 예비신자의 이마에 세례수를 부어 씻는 예절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일터에서 만난 하느님 은총 새기며 주님 자녀로 열심히 신앙생활 할게요.”

전남 장성의 작은 형제회 노인전문요양원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뜻깊은 세례식이 열렸다. 고태원(모세)씨 등 직원 7명과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홍연자(데레사) 어르신이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중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것. 직원 59명 중 신자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요양원에서 한꺼번에 8명의 새 신자가 나온 것은 시설의 2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요양원 직원으로 전례 준비를 담당하는 박홍례(아녜스) 전례부장은 “미사 등의 전례를 정성껏 준비해 봉헌하시는 신부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수사님들뿐 아니라 신앙을 가진 요양보호사들이 어려운 일에 먼저 나서고 솔선하는 모습 속에서 직원 공동체에도 신자 유무를 떠나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며 “이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입교 권유에 흔쾌히 응한 직원들이 예년에 비해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주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요양원 새 신자들이 미사 후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입교를 희망한 직원들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매주 화요일 오후 주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수사의 지도로 예비신자 교리를 받았다. 낮과 밤 근무가 교대로 돌아가는 업무 특성상 집과 가까운 본당에서 교리를 받기는 힘들었기에 직장에서 열리는 교리는 예비신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시간이었다.

업무를 마친 고된 몸으로 교리에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쉬는 날에도, 철야 근무 다음 날에도, 철야 근무를 앞둔 날에도 기꺼이 교리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대전교구 솔뫼성지, 해미순교성지 순례에서는 신앙 선조들의 신앙생활에 깊이 감명하며 신앙인으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세례를 받은 김경희(클라라)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하느님 품 안에 계속 머물러 있음을 느꼈고 좀 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에 따라 어르신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자 신앙인으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의 집 원장 김기덕(고르넬리오) 수사는 “교회 운영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신자들도 관리자나 선배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신앙에서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며 “7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된 것은 우리 프란치스코의 집이 시설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은 것보다도 더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어르신들을 돌보는 고된 업무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는데 신앙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