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에게 영적 조력자가 되어주고 생명 존중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에 군종장교들이 원활한 소통과 배려로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1월 2일 해군 군종실장으로 취임한 김준래 신부(마르티노·대령)는 이렇듯 “각 종교는 끊임없이 신뢰와 존중을 쌓아가며 더 깊은 협력으로 군 사기 진작과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고자 한마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군 전체 군종장교들을 대표하는 군종실장으로서 김 신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성직자들의 화합과 일치에 누가 될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2004년 임관해 해병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등에서 사목해온 20년차 베테랑 군종신부지만, “군종사목은 군인들 내면에 하느님을 심어주는 중요한 일이기에 대표자로서 책임감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천암함과 연평해전의 상처를 지닌 제2함대에서도 근무했던 김 신부는 “낯선 환경을 처음 접한 군인들은 성직자가 불어넣는 위로를 통해 영적으로 바로 설 수 있다”며 “이는 군종장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사목적 가치”라고 전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용기와 힘을 얻는 장병들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군인들과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을 통해 그들 안에 하느님의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군종사목의 핵심 가치가 아니겠습니까.”
종교에 무관심해 군종 성직자의 존재도 모르는 군인들이 많지만, 김 신부는 “군종장교들은 군인들이 평상시 생명에 대한 윤리적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영적 조력을 쏟는 일에 열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매체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 참상을 밀접히 접하는 지금 “생명 존중을 가르치는 성직자들만이,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군인의 참된 사명을 일깨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정전협정을 논하던 남북관계도 군사적 긴장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생명과 죽음, 사후교리를 통해 흑백논리와 명분 없는 행동의 위험성을 군인들에게 알릴 적임자는 군종 성직자뿐입니다.”
“각 종교는 울타리는 다르지만 인간 존엄, 생명 존중에 공통점을 지닌 군종사목 동반자”라는 김 신부. 그는 끝으로 “군종장교가 위문품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생명의 소중함과 영적 위안을 안겨주는 존재로 각인되도록 각 종단이 피정, 템플스테이 등 사목 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각 종단의 특색 있는 사목 프로그램들을 통해 군인들이 영적 힘을 받고 진정한 사명감을 갖춰 신앙의 전력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