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내 생의 첫 미사

이승훈
입력일 2024-06-17 수정일 2024-06-17 발행일 2024-06-23 제 339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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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미사를 접하고 예비신자 교리를 받게 된 것 또한 주님의 부르심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이탈주민정착사무소를 거쳐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해 생활하던 첫 주일이었습니다. 어머니 말씀대로 천주교방으로 갔는데, 복도에서부터 여러 봉사자가 반겨 맞아주시며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친절하면 북한이라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조금 의아하기도 했고 또 저희를 차별 없이 대해주시는 봉사자분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중국에서는 신분이 없었던 탓에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다녔다면 한국에 와서는 만나는 분들마다 따뜻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니 “참, 사람 사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생들과 봉사자분들은 하나원 천주교방에 모여 인사도 나누고 또 미사 예식에서 지켜야 할 내용에 대해 설명도 듣고 미사 준비를 했습니다. 정각 10시! 제 생에 첫 미사가 하나원에서 시작됐습니다.

미사 과정에 신부님께서는 천주교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세계 각국의 많은 분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또 저희 북향민(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계시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여야만 하느님께 소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언제든 하느님을 찾고 부르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이든 차별하지 않고 다 보살펴주시고 계심을 알게 됐습니다. 미사 중 신부님으로부터 안수를 받는데, 그 순간 저의 불안하던 마음이 평온을 찾게 됐고 하느님께 제 소원을 아뢰었습니다.

비록 순서와 절차에 대해 미숙함이 많은 저희지만 천주교방으로 불러주신 것은 하느님의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가 그 불안하고 무서웠던 지난 시간들을 빨리 잊고 새 삶을 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나서는 봉사자분들과 함께 고향 노래도 부르고, 북에서 인기 많았던 한국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미사는 저를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하나원에서 생활하는 기간 저는 천주교 미사방으로 가서 북에 있는 가족을 위해 기도했고, 시험 때마다 또 좋은 일과 슬픈 일이 있어도 기도를 봉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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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희 알레나(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