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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대립 멈추고 대화로 마주할 때 참된 평화 찾아올 것”

박지순
입력일 2024-06-24 수정일 2024-06-26 발행일 2024-06-30 제 339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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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와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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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6월 2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진행한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에서 종합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 주교회의 민화위, 서울대교구와 공동 심포지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6월 2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 강당에서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가톨릭교회와 평화 교육’을 공동주관 했다.

주교회의 민화위와 서울대교구 민화위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대화와 협력, 상생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올바른 평화관을 확산시키는 데 가톨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주제를 평화 교육으로 정했다.

김주영 주교는 인사말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한반도 상황이 너무나 어려운 시기에 오늘 심포지엄이 평화를 생각하고 평화의 사도가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학부대학 김남희(율리아) 교수는 제1발제 ‘가톨릭 시민교육과 평화’를 맡아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인간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의 활동”이라며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 교육에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논의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가톨릭 교육학적 연구는 사회과학에 기반한 실증적 연구와 신학, 철학적 관점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톨릭 시민교육의 모범 사례로 1909년 독일에서 시작된 ‘퀵보른(Quickborn) 가톨릭 청소년 운동’을 제시하며 “퀵보른 가톨릭 청소년 운동은 100여 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향하는 가치는 시대와 추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평화, 그리스도인의 일치, 자기 도야, 창조물의 보존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퀵보른 가톨릭 청소년 운동이 ‘가톨릭 시민’을 양성하는 평화 교육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가톨릭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손서정(베아트릭스)씨는 제2발제 ‘청소년의 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모형 연구’에서 “무의식적으로 비평화적 언행을 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청소년과 공감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인성 도야와 끊임없이 성찰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평화롭지 못한 경우가 많듯 평화 교육과 평화 운동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정치, 사회, 교육 분야에서 모순성이 드러난다”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지지와 교회 내의 체계적인 평화 교육과 융합 연구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장 구석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매력적인 평화 교육 네트워크가 구축되길 희망한다”며 “그럼으로써 현실에 발을 디디고 진리의 이상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평화 교육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제 후에는 카이스트 G-스쿨 김선 교수와 통일연구원 조정아 교수의 토론문 발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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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6월 23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 전국 각 교구 민족의 화해와 일치 미사 봉헌

전국 각 교구는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6월 25일)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을 기원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는 6월 23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 등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남북한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서울대교구는 가급적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해 통일을 염원할 수 있도록 명동본당 주일 교중미사 시간을 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6·25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6·25전쟁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만큼 전쟁으로 인해 남겨진 상처가 크고 아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동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처음 하신 말씀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다”면서 “신앙인의 기도는 미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암울한 현실에서도 신앙인들은 절망 안에 머물 수는 없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또한 “예수님께서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라고 가르치신 것처럼 우리가 먼저 북한과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나서야 하고, 오직 대화로써 서로 마주하고 이해를 넓힐 때 언젠가는 참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는 6월 25일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주례로 대구 주교좌계산동성당에서, 광주대교구도 같은 날 총대리 김영권(세바스티아노) 신부 주례로 광주 5·18기념성당에서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춘천교구는 23일 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주례로 가평성당에서, 25일에는 김학배 신부(안젤로·교구 남북한삶위원회 부위원장) 신부 주례로 주교좌죽림동성당에서 남북 화해를 바라며 미사를 봉헌했다. 

대전교구는 22일 대전가톨릭문화회관에서 생활성가팀 ‘제이팸(J-Fam)’을 초청해 평화콘서트를 열었으며, 25일에는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주례로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다른 교구들도 23일 또는 25일에 같은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