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 규칙」, 성인의 인격적 면모 만날 수 있어 「베네딕도 이야기」, 베네딕도 규칙의 구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중용의 사부, 베네딕도의 영성」, 성인의 영적 가르침 보다 쉽게 소개
7월 11일은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이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창설자인 성인은 「성 베네딕도 규칙」(이하 성규)을 저술해 서방 수도 생활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영적 가르침이 담긴 규칙서는 고유의 탁월성과 여러 이유로 중세 유럽의 수도 생활을 위한 유일한 규칙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현존하는 수도 규칙들의 모태가 됐다.
성인과 그의 수도회들은 중세 유럽과 이후 그리스도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유럽 도시가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그들의 성가는 교회 음악의 뿌리가 됐다. 베네딕도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4년 성 베네딕토를 유럽 전체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성인의 축일을 앞두고 그의 삶과 영성,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역할과 활동이 깊이 있게 기록돼 전해진 것과 달리 성인의 사실적 모습은 불투명하다. 그 삶과 인품을 담은 책이 「성 베네딕도 규칙」과 성 그레고리오 교황이 쓴 「대화집」 정도로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성 베네딕도 규칙」은 수도 규칙이지만, 하느님을 찾는 삶의 지침을 각각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그 정신을 살펴보면 안에 담긴 풍요로운 가르침과 이면에 배인 베네딕토 성인의 인격적 면모를 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규의 첫 우리말 주해서인 「성 베네딕도 규칙:번역·주해」(들숨날숨)는 성규 공부하려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책은 제1부에서 성규 전반의 이해를 돕는 내용을 담고 있고, 제2부는 본문에 대한 주해로서, 각 장이나 부분별로 해당하는 본문을 먼저 소개하고 해설을 달았다.
이 시대의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가 쓴 「베네딕도 이야기」(분도출판사)는 성규의 구절 하나하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그리스도를 찾는 성인의 여정을 현재 우리의 일상 안에 깊숙이 모셔 왔다. ‘겸손’과 ‘기도’와 ‘노동’의 참뜻에서부터 조직 관리와 경영윤리에 이르기까지 오늘을 사는 이들이 알아야 할 덕목들을 성규에 비춰 들려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장 ‘삶을 보면 뜻을 안다’는 성인의 삶과 그 영적 상징성을 되새긴다. 둘째 장 ‘이룬 것과 가르친 것’은 활동과 가르침에 대한 것이고, 셋째 장 ‘베네딕도가 현대인에게’는 영성의 현대적 의미를 성찰한 것이다. 이 장은 마치 성인이 오늘을 사는 우리 귀에 대고 말하는 듯 일상과 가정, 교회와 직장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중용의 사부, 베네딕도의 영성」(분도출판사)은 성규에 드러난 영적 가르침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성인의 영성과 인격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게 한다. 여기서는 베네딕도 영성의 특성을 ▲공동체 영성 ▲자아 포기의 영성 ▲중용의 영성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네 가지로 종합한다.
성규 전체는 그리스도로 수렴된다. 특별히 ‘아무것도 그리스도보다 선호하지 말라’(72,11)는 구절은 베네딕도 영성의 백미다. 책은 “베네딕토의 영적 가르침은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으로 나아가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성경과 규칙을 많이 읽고 공부해도 모든 것의 지향점인 사랑을 놓쳐 버리면 죄다 무의미하다. 이제 우리가 들어와야 하는 곳은 일상이다. 일상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다. "(188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