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양업’은 다섯 개의 시퀀스로 구성돼있다. 최양업 신부님의 가족 배경부터 마카오 유학생활까지가 ‘부르심의 길’이고, 사제품을 받고 조선 입국, 그리고 방인사제로서의 초기 사목은 ‘희망의 길’, 그리고 12년 9만 리를 걸으며 산 넘고 물 건너 교우들과 함께 한 길은 그야말로 ‘사랑의 길’이었다. 오늘은 ‘십자가의 길’과 ‘생명의 길’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담한 호수가 있고 그 둘레길을 걸을 때가 하루의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다. 사계절의 정취를 맘껏 함께할 수 있어 좋고 여러 종류의 새들과 꽃, 풀벌레, 특히 나비를 만날 때는 어김없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는다. 다큐 상황을 설명하듯이 적절한 곳에 나비를 출연시켰다. 혼자 외로이 분주하게 다니는 나비를 볼 때면 최양업 신부님이 분주히 걸어 다녔던 모습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날아다니는 두 마리 나비는 마치 김대건과 최양업이 사이좋게 얘기하는 장면과 연결해 봤다.
그리고 나비의 출연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십자가의 길’에서 기진하여 쓰러질 때이다. 최양업 신부님의 ‘십자가의 길’ 마지막 여정 부분에서 나비는 맥없이 풀잎에 앉아 겨우겨우 날개를 움직이다가 멈출 때 배은하 신부님의 멘트 “그리고 8시간 만에 운명하시게 돼요”를 넣었다. 나비가 바로 최양업 신부님이었다. 이 장면을 편집할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생각하며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나비의 일생은 알, 유충, 번데기, 성충에 이르는 네 단계를 거친다. 우리 인생과 흡사할 만큼 그 전 과정을 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전 탈바꿈, 즉 부활의 이미지로 환생한다. 그래서 나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상징되어 영혼과 연결되기도 한다.
최양업 신부님의 선종과 이어지며 최기식 신부님의 멘트 “사랑이라면 사랑, 봉사라면 봉사…맨 마지막에 무슨 기도를 했을까, 주님, 여기까지입니까”에 이어서 나비는 천국으로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삽입했다. 최양업 신부님이 ‘십자가의 길’을 넘어 천국으로 가는 ‘생명의 길’ 즉 부활이다. 천국으로 가는 아름다운 나비를 보며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국으로 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리웠던 이들에게 열심히 십자가의 길을 건너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왔노라 자랑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마지막 순간에 주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닐까.
글 _ 박정미 체칠리아(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