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50회 헌혈…건강 관리로 조혈모세포 기증도 “그리스도 닮고 싶은 마음 실천으로 옮긴 것”
“대가 없는 나눔의 기쁨을 느껴보면, 분명 그 따뜻한 나눔은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이 되어 전해질 것입니다.”
이렇듯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나눔이 사람들에게 더 큰 기쁨으로 울려 퍼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무려 50회 헌혈해 온 군종교구 해군 동해본당 주임 이현선(데니스) 신부는 9월 2일 그 공로로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금장을 받았다. 이런저런 조건 때문에 생각보다 헌혈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 이 신부는 “꾸준히 헌혈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많은 손길 덕분에 많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따뜻한 나눔을 할 기회가 주어졌음에 자신이 오히려 특별한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고등학생 시절 헌혈 버스를 통해 헌헐을 시작했다. 체중 및 건강 상태 때문에 헌혈하고 싶어도 못 하는 친구가 많았지만, 당시 건강했던 이 신부는 헌혈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첫 헌혈을 했다.
실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신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이 신부에게 피를 나누는 것이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실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매일 바치는 미사 속에서 당신 몸과 피를 나눠 주시는 주님을 어떻게 닮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외출 중 우연히 헌혈의 집을 발견해 헌혈하게 됐고, 그 실천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예수님처럼 ‘나눠지는’ 실천은 이 신부를 더욱 열의로 불타오르게 했다. 언제든 피를 내어줄 수 있도록 몸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신경 쓰게 됐다. 그 노력으로 2017년에는 조혈모세포 기증을 할 수 있었다. “기증받는 사람과 기증자가 극적으로 이어지더라도 기증자의 건강이 허락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걸 알게 돼 더욱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고 이 신부는 고백했다.
이 신부는 “헌혈뿐 아니라 나눔은 그 무엇이든 실천하는 데 본질이 있다”고 말했다. “머리숱이 많고 모발이 굵은 편”이라는 그는 “상황이 허락된다면 소아함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도 실천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의미에서 군종사제가 되기 전 기증을 위해 머리를 조금 기르던 때도 있었다.
“나눔은 실천과 함께 물꼬를 튼다”는 이 신부. 그는 끝으로 “대가를 바라며 나눔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괜찮다”며 “그 실천이 씨앗이 되어 삶에서 앞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기쁜 마음으로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가를 받기 위해 헌혈하는 장병도 있을 테지만, 그 시작이 어떻든 영혼은 나눔을 행했을 때의 기쁨을 기억한답니다. 그 기억이 전역 후에도 헌혈 등 여러 나눔에 기꺼이 나설 원동력이 되리라고 믿어요.”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