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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가실본당, 성당 봉헌 100주년 기념미사

우세민
입력일 2024-09-29 수정일 2024-09-30 발행일 2024-10-06 제 341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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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신앙의 현장…보존하며 나아가기로 다짐
새 역사전시실 축복식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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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본당 공동체가 9월 29일 성당 봉헌 100주년 미사를 봉헌한 뒤 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세민 기자

하느님의 ‘아름다운 집’(佳室), 가실성당이 봉헌된 지 100년이 됐다. 대구대교구 가실본당(주임 박진형 비오 신부)은 9월 29일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성당 봉헌 100주년 기념미사를 거행하면서 다음 100년 동안에도 성당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청했다.

가실본당은 역사전시실도 새로 마련해 이날 기념미사 전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봉헌했다. 가실본당 역사전시실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 이전에 사용했던 라틴 제의와 미사 경본, 성작보 등 옛 제구와 오래된 신심 서적, 미사주를 만드는 데 쓰였던 포도 압착기 등이 보존돼 있다.

조 대주교는 “서양에서 오래된 성당들을 잘 보존해 수백 년 동안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우리도 옛것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도 아름다운 성당만큼 아름다운 신심을 앞으로 100년 동안 잘 가꿔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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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오른쪽 두 번째)가 9월 29일 가실성당 봉헌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역사전시실 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대구대교구 본당으로는 대구본당(현 주교좌계산본당)에 이어 두 번째로 1895년 6월 11일 설립된 가실본당은 30여 년 뒤인 1924년 9월 28일 지금의 성당을 봉헌했다. 초대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와 함께 주일 교황대사 마리오 자르디니 대주교가 봉헌식을 주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과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빅토르 루이 프와넬 신부(Victor Louis Poisnel·1855~1925)가 설계를 맡았다. 당시로는 드물게 붉은색 신로마네스크식 성당으로 지어졌던 가실성당은 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48호로 지정돼 있다. 2002년에는 독일 작가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1920~2012) 작품의 감실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됐다.

당시 가실성당이 내려다보던 낙동강 옛 나루터는 교통의 요지로, 자연스럽게 가실본당은 신앙 공동체의 중심이자 선교의 출발점이 됐다. 지역 어린이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가실성당 마당에서 뛰놀았다. 아이들은 점차 천주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는 부모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1970년대 이후 근대화 물결에 밀려 많은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기 전까지, 가실본당은 지역 신앙 공동체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

가실본당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왜관수도원이 1952년 지역에 정착하고 왜관감목대리구가 설정되면서, 가실본당 주임도 왜관수도원 소속 사제들이 맡게 됐다. 1986년 왜관감목대리구가 폐지되고 가실본당도 대구대교구 관할 본당으로 이관됐지만, 본당 사목은 왜관수도원 소속 사제들이 계속 맡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이 성당이 단순히 본당 신자들만의 신앙 공간이 아닌,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1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